문학계 표절 논란 유야무야..비판 목소리 제기

심혜리 기자 2016. 2. 2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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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작가회의 성찰위 뚜렷한 대책 못내…“편의적 양비론으로 미온적 대처”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당시 부각됐던 문학권력, 비평 실종 등의 논의가 흐지부지됐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가 계간 ‘실천문학’ 봄호에 문단의 문제점들을 무마시킨 한국작가회의와 비평계를 비판하는 글 ‘비평의 윤리와 문학장의 혁신을 위한 단상: 남진우의 표절의 제국을 읽고’를 기고, 논란이 재점화될지 주목된다.

권 평론가는 이 기고에서 한국작가회의가 표절 사태와 문학권력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작가회의는 지난해 7월 표절 논란이 일자 표절과 문학권력 문제 등을 논의해 결과를 담아내기 위한 ‘자기성찰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지난 1월 총회에서는 이 위원회의 결과 보고서를 공식 보고서로 채택하지 못하고 구두로만 발표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벌어진 지난해 6월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신경숙 작가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권 평론가는 작가회의의 당시 구두 발표는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해석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관성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소속된 문학장의 모순에 대해서는 눈감는 (작가회의의) 태도”라며 “위원회의 결정은 문학장을 지배하는 모호하고 편의적인 양비론적 태도의 정확한 반영”이라고 비판했다.

권 평론가는 또 평론가이자 신경숙 작가의 남편인 남진우 명지대 교수가 지난해 ‘현대시학’에 발표한 글 ‘표절의 제국-회상, 혹은 표절과 문학권력에 대한 단상’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그는 “남 교수가 누구도 동의하기 힘든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이 단순히 그의 책임이 아니라 비평공론장이 참담하게 붕괴되었다는 사실을 상징한다”며 비평계의 “냉소” “무기력증”을 지적했다.

실제 문학권력의 한 축으로 지목된 창비의 백낙청 명예 편집인은 지난달 24일 창비 50주년 행사에서 “창비의 2015년 한 해 동안의 성취 중 하나는 지난해 6월부터 우리 문단과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표절 논란과 이른바 문학권력 시비를 견디고 이겨낸 일”이라고 밝혔다.

권 비평가의 이번 문제 제기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사태가 한국 문단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표절이나 문학권력 문제, 상업주의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수습책이나 자정 활동 없이 흐지부지된 것을 비판하는 셈이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사태의 복잡함, 복합성을 감싸안으면서도 사안에 대해 구체적이며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29일 “한국 문학계의 비평 활성화를 위해서는 출판자본과 분리된, 보다 독립적인 비평지나 비평공간이 절실하다고 본다”며 “이런 비평공간이 활발해야만 표절 사태 같은 논란도 은근슬쩍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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