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들에 일감 적게 주고 "저성과" 수습기간 "사상 불온" 평가 채용거부
[한겨레] ‘LG U+’ AS기사의 ‘저성과 해고’ 과정
엘지유플러스(LG U+) 에이에스(AS) 기사인 강민석(54)씨는 지난해 11월 해고를 당했다. 그는 실적 기준에서 ‘저성과자’ 로 분류됐고, ‘사상 불온’ 등을 이유로 정성 평가에서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강씨가 겪은 일은 정부의 양대지침(저성과해고 지침, 취업규칙 변경 조건 완화 지침)이 악용될 때 노동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판정문에 따라 그의 해고 과정을 재구성해본다.
인천지노위서 “부당해고” 판정났지만
정부의 ‘쉬운 해고’ 지침 적용땐
노동현장서 어떤 일 일어날지 보여줘
강씨는 2011년 3월부터 엘지유플러스 남인천서비스센터에서 인터넷 개통과 에이에스 업무를 담당하는 기사로 일했다. 엘지유플러스는 서비스센터를 외주업체에 맡긴다. 당시 남인천서비스센터를 운영하던 외주업체는 더쎈정보통신이었다. 2015년 8월1일부터 외주업체가 더원네트웍스㈜로 바뀌었다. 강씨 등 남인천서비스센터에서 일하던 기사 45명은 그대로 업무를 이어갔다.
그런데 업체가 바뀌고 일감 배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강씨는 희망연대노조 엘지유플러스 비정규지부 남인천지회 소속이었다. 더원네트웍스는 강씨 등 노조 조합원 10명한테만 ‘개통기사’ 일을 맡겼다. 개통기사는 인터넷 개통만 전담하기 때문에, 에이에스 업무를 겸하는 멀티기사들에 비해 일감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기사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기본급(130만원)에서 출발해 실적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성과급이기 때문에, 이런 업무 배분은 명백한 차별대우로 느껴졌다. 강씨 등은 이같은 차별대우를 시정해 달라고 인천지방노동청에 진정을 했다. 그 결과 업체는 지난해 10월8일 “일감을 공정 배분하겠다”는 합의문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그 이전 실적 탓에 강씨는 이미 ‘저성과자’로 분류돼있었다. 회사 쪽이 마련한 업무실적 평가 자료를 보면, 더원네트웍스가 남인천서비스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8월1일부터 석달여 동안 비조합원들은 하루 평균 7~18건의 실적을 올렸지만, 강씨는 하루 평균 1.35건에 그쳤다. 다른 노조 가입자들도 2~9건으로 평균보다 낮았다. 더원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3일 저성과 등을 이유로 강씨를 해고했다. 다른 노조원 7명도 서면경고 등 징계 대상이 됐다.
강씨를 해고하는 과정엔 업체가 지난해 9월1일 갑작스레 바꾼 취업규칙도 한몫을 했다. 더원네트웍스의 취업규칙엔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두고 실적과 근무태도를 평가해 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이 들어가 있었다. 회사는 강씨의 수습기간 동안 실적이 낮다며 정식 채용을 거부하는 형식을 밟은 것이다. 특히 바뀐 취업규칙에는 노조를 염두에 둔 듯한 조항이 추가돼 있었다. ‘사상이 불온한 자’가 채용 결격 사유로 규정돼 있었고, ‘정치활동 또는 허가 없이 집회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복무규율도 들어 있었다. 강씨는 저성과 결격 4건, 정성적 평가에 의한 결격 2건을 해고 사유로 통보받았다.
강씨는 다행히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인천지방노동위가 강씨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기 때문이다. 또 노조원 7명에 대한 징계도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됐다. 판정문은 “강씨 등은 수습으로 채용된다는 명시적인 설명을 듣지 않고 고용관계가 그대로 이어져 정식 직원으로 고용된 것으로 봐야한다”며 “임의적인 수습기간 적용과 채용 거부, 징계행위는 모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판정문은 이어서 “사용자의 행위의 내면에는 그간 갈등을 겪어온 노동조합 및 조합원의 활동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존재함이 충분히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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