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 낡았는데..오키나와로 몰려가는 까닭은?

2016. 2. 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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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스포츠 통] 프로야구 스프링캠프 ‘속사정’

일본 오키나와 나하공항에는 한국 프로야구 6개 팀의 로고가 있는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오키나와가 야구 스프링캠프 요새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김양희 기자

일본 오키나와 나하공항 국제선 청사. 입국장을 나오면 엘지·에스케이·한화·삼성·기아·넥센의 구단 로고가 모여 있는 펼침막이 눈에 띈다. 국내선 청사도 비슷하다. ‘환영, 오키나와 스포츠 캠프’라는 펼침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일본 1·2군 13개 팀(순수 구단 수로는 9개, 일본프로야구 구단 수는 12개), 한국 6개 프로야구 팀이 오키나와 19개 구장에 흩어져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한국야구 6팀 올해도 스프링캠프
숙소·음식 등 최적 훈련지로 꼽혀
일본 프로팀과 연습경기도 장점
“선수들 긴장·집중도 확실히 달라”



낡은 시설·변덕스런 날씨는 단점
미국서 훈련하는 대안도 있지만…
“오키나와 야구장 확보 경쟁 치열
매년 안가면 다시 못들어갈수도”

오키나와 류긴조사연구소를 보면 2014년 스프링캠프 유치로 오키나와는 88억8000만엔(973억원)의 지역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야구단 훈련과 연습경기를 보기 위해 오키나와를 찾은 관광객도 31만9500명에 이르렀다. 오키나와는 캠프 관련 책자까지 별도로 만들어 팬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등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2~3월 오키나와는 ‘야구’로 활기가 넘친다. 요미우리 연습경기 입장권이 4천엔(4만4000원)에 팔리니 말은 다 했다.

오키나와는 구장이나 숙소, 음식, 기후 면에서 최적의 스프링캠프 장소로 꼽힌다. 미국의 플로리다나 애리조나가 훈련장으로는 손색이 없으나 2월 중순이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시작돼 비워줘야 한다. 엔씨(NC)나 케이티(kt)처럼 미국의 대학 야구장을 빌려 캠프를 이어갈 수는 있으나 에스케이, 엘지, 넥센, 롯데(가고시마)는 연습의 질과 시차 적응을 위해 일본을 택했다. 미국을 거쳐 온 염경엽 넥센 감독은 “한곳에 오래 있으면 지루하고 지겹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한번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키나와에 처음 스프링캠프를 차린 한국 팀은 엘지였다. 엘지 관계자는 “창단 뒤 주니치와 자매결연을 맺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오키나와로 캠프를 오게 됐다”고 밝혔다. 주니치는 1985년부터 오키나와에서 봄 캠프를 진행중이다. 1992년 처음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엘지는 중간에 장소를 바꾸기도 했으나 1997년부터는 이시카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에스케이는 2002년부터, 삼성은 2005년부터 오키나와에 둥지를 틀었다. 삼성 관계자는 “당시 선동열 감독이 추진했고 마침 아카마구장도 새로 생겨서 오키나와에서 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 또한 선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2012년부터 오키나와와 연을 맺었다. 오키나와 야구장이 포화 상태라서 넥센은 오로지 연습경기만을 위해 오키나와에 머물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숙소시설을 이용한다. 상대 구장을 방문해 경기를 하기 때문에 점심은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때운다.

오키나와 캠프의 매력은 일본 팀과의 연습경기에 있다. 심재학 넥센 타격코치는 “미국에서 대학 팀과 연습경기를 할 때와 비교해보면 일본 팀과 경기를 할 때 선수들의 긴장도나 집중도가 확실히 높다. 한국 팀과 할 때보다 더 집중한다”고 했다. 일본 프로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가 늘면서 ‘선을 뵈는’ 연습경기가 중요해졌다. 실제로 일본 팀과 연습경기를 하면 관중석에 현지 스카우트들이 많아진다. 양상문 엘지 감독은 “국내 프로구단이 언제 일본 구단과 연습경기를 해보겠는가. 확실히 일본 구단과의 연습경기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문제는 있다. 오키나와 훈련 구장은 낡았다. 에스케이가 훈련중인 구시카와구장은 1984년 지어졌다. 2012년 보수공사를 했으나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다. 김용희 에스케이 감독은 “구시카와구장 흙이 너무 안 좋다. 우리가 연습 10경기 중 9경기를 원정으로 치르는 이유”라고 했다. 엘지가 쓰는 이시카와구장 사정도 비슷하다. 1985년 지어졌는데 보조구장은 공터와 비슷하다. 일본 구단이 국내 구단과 연습경기를 할 때 ‘홈경기’로만 치르는 것도 구장 사정과 무관치 않다. 그나마 삼성의 아카마구장이 실내연습장 등을 포함해 시설이 좋은 편이다.

올해는 오키나와 날씨가 좋지 않아 구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 오는 날이 잦고 바람마저 거세다. 공이 외야로 뜨면 거의 홈런이 될 정도로 강풍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이시카와구장에서 열린 엘지-기아의 경기에는 초속 7m의 강풍이 불어 7회에 경기가 끝났다. 24일 엘지-넥센 경기 또한 비와 강풍으로 8회까지만 진행됐다. 낮기온은 1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나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 때문에 체감 온도는 더 떨어진다. 중국 관광객이 늘어 현지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도 고민이다. 삼성 관계자는 “2년 전과 비교해 음식값이 1.8배 뛰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야구장 시설 낙후와 변덕스런 날씨로 미국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감독들은 난색을 표한다. 양상문 감독은 “미국 대학야구 팀에서 훈련하면 구장이 하나뿐이다. 기술 훈련을 따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했다. 엔씨, 케이티가 훈련 중인 엘에이 인근에서 캠프를 여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염경엽 감독은 “예전 두산이나 한화가 하와이에서 훈련할 때 여러 사고가 있었던 것처럼 엘에이에는 교민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선수단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 애리조나처럼 선수들이 훈련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는데 엘에이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미국 내 스프링캠프 연장을 고민해볼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오키나와 구장 재계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 야구장 계약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한 해 빠지면 다시 들어오기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오키나와와 프로야구단의 ‘겨울 동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질적인 이유라고 하겠다.

오키나와/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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