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미러가 차안에 '쏙'..이젠 곁눈질 안해도 되나
[경향신문] ㆍ‘디지털 미러차’ 속속 등장
사이드미러는 자동차 개발자들에게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다.
미키마우스 귀처럼 차량 외부로 툭 튀어나와 있어 일단 보기에 아름답지 않다. 공기저항을 유발하고,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사각지대는 때때로 운전자들을 골탕 먹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밉상이어도 사이드미러는 자동차에서 ‘언터처블’이었다. 사이드미러가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하나라도 깨져본 적이 있는 운전자는 알 것이다. 사이드미러 없이 운전하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를. 아니 불편을 넘어 운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사이드미러 없는 자동차를 운전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현대자동차와 BMW, 벤츠, 폭스바겐, 부품업체 콘티넨탈 같은 업체들이 사이드미러 없는 자동차를 개발하거나 연구 중에 있기 때문이다.
사이드미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카메라다. 사이드미러를 없애고 대신 엄지손가락 크기의 카메라를 차량 외부에 설치하고 실내에서 스크린을 통해 좌우와 뒤쪽의 상황을 보는 것이다. 콘티넨탈은 이런 카메라 미러 시스템을 ‘디지털 미러’라고 표현한다.
디지털 미러는 기존 사이드미러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사이드미러 시야각이 15도인 반면 카메라는 30~80도로 사이드미러에서 피할 수 없었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사이드미러가 없어지면서 측면의 시야가 넓어지고 소음도 줄어든다. 사이드미러로 인한 공기저항이 없어지면 연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완성차제조업체연합(Alliance of Automobile Manufacturers)에 따르면 디지털 미러는 공기저항을 기존 사이드미러에 비해 2~7% 줄여준다.
비좁은 공간에서 주차할 때도 큰 도움을 준다. 사이드미러가 망가져서 달랑거리는 것을 볼 일도 없어진다. 탑승자도 차량 뒤의 교통 상황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옆 차로 뒤쪽에서 고속으로 다가오는 차량이 있으면 경보를 해주는 ‘사각지대경보시스템’이나 우회전 깜빡이를 넣으면 차량 내 모니터에 우측 후방 영상이 뜨는 혼다의 ‘레인 워치(lane watch)’는 디지털 미러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차체자세제어장치(ESC)나 에어백처럼 운전자가 의식할 필요 없이 알아서 작동하는 다른 첨단 시스템과 달리 디지털 미러는 익숙해지는 데 약간의 훈련과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혼다의 레인 워치를 이용해 보면 익숙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모니터에 보이는 영상이 직관적으로 파악되지 않아 오른쪽 사이드미러를 추가로 확인하고 차로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법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카메라 등 영상장치를 사이드미러 보조수단으로 쓸 수 있도록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아직까지는 사이드미러와 함께 사용해야 하는 단계지만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서 사이드미러 없는 자동차가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일본은 오는 6월쯤 도로운송차량법의 안전 기준을 개정해 사이드미러를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체한 미러리스 차량의 도로 주행을 허용할 방침이다.
디지털 미러가 새삼 주목받은 것은 BMW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6 국제 가전 전시회(CES)에서 사이드미러 없는 BMW i8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BMW i8 미러리스(Mirrorless)’는 3개의 카메라 시스템이 기존의 리어뷰 미러를 대체했는데 카메라의 이미지가 내부 미러위치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로 보여진다. 시스템이 카메라 이미지를 평가해, 다가오는 위험에 대한 노란색 경고 아이콘을 표시해준다. BMW i3의 ‘확장 리어뷰 미러(Extended Rearview Mirror)’는 차량 지붕 위 카메라 기술을 리어뷰에 통합해 운전자로 하여금 더욱 확장된 시야로 차량 외부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사이드미러 없는 ‘콘셉트 IAA(Intelligent Aerodynamic Automobile: 지능형 공기역학 자동차)’를 선보인 바 있다. 이 모델은 차량이 시속 80㎞의 속도에 이르면 수많은 공기역학의 결과에 의해 차량의 형태가 바뀌는 공기역학 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현대기아차 역시 양산에 근접한 수준까지 미러리스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현대차는 2009년 아이모드를 시작으로 2011년 블루스퀘어, 2014년 인트라도, 2015년 엔듀로까지 콘셉트카들에 미러리스 디자인을 적용해 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러리스를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규의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유럽에서 올해 3분기 중에 미러리스가 허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많은 메이커들이 유럽 시장에서 기술 및 시장성을 평가해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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