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시동 냉난방 시스템 달고도.. 공회전 못끊는 경찰버스
27일 4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 집회 관리에 동원된 경찰버스 수십대가 시동을 켠 채 도로변에서 배기가스와 소음을 뿜어냈다. 주변 상인이나 시민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가판대를 운영하는 손하자(74·여)씨는 “이곳에서 25년째 장사하는데 집회 때마다 (경찰)버스가 공회전을 하며 서 있는 통에 매연도 많고 시끄러워 정신이 없다”며 “시동이라도 껐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자녀를 데리고 경찰버스 옆 인도를 지나가던 김모(33)씨도 “매연 냄새가 심해 아이를 외투로 감싸 안았다”며 “날씨가 추운 것도 아닌데 오랫동안 시동을 걸어 놓으며 민폐를 끼치고 세금도 낭비하는 것 같아 보기 안 좋다”고 지적했다.
|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대기 중인 경찰버스들이 공회전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
4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경찰버스들이 공회전을 하고 있는 모습. 매연이 차도 쪽으로 나가게 배출구에 짧거나 긴 연통을 설치했다. 박진영 기자 |
2013∼14년 경찰 버스가 공회전한 시간은 총 259일(난방 167일, 냉방 92일)이며, 공회전에 쓴 연료비(경유)는 26억3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경찰버스가 시동을 켜지 않고도 냉난방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 공관, 새누리당 당사, 청운동 주민센터 주변 등 11곳에 전원공급시설을 설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경찰청 소속 버스는 전부 무시동 냉난방 시스템을 장착했다”며 “상시대기가 필요한 40곳 중 남은 29곳에 대한 전원공급시설 설치를 조기에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진 확인 결과 주한일본대사관 앞, 청와대 인근 팔판로터리 등 전원공급시설이 설치됐다는 6곳에서 여전히 경찰버스가 시동을 켠 채 대기 중이었다.
|
청운동주민센터 옆에 있는 배전시설을 이용해서 경찰 버스가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남혜정 기자 |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임종한 교수는 “정차하면서 공회전할 경우 주행 때보다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NO₂)가 30∼40% 더 발생한다”며 “특히 경유차는 미세먼지가 3배 이상 더 나온다”고 밝혔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임영욱 부소장도 “공회전 중에 냉난방을 하면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는데 과부하 상태에서는 오염 물질이 더 많이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서울시는 이번에 경찰버스의 온실가스 배출량만 측정했을 뿐 정확히 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 수 없다”며 “상시적인 경찰버스 공회전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경찰버스 상시대기 장소 40곳에 대한 전기공급시설 설치를 완료하는 한편, 상반기 중 관련 조례를 개정해 ‘단순 대기 중인’ 경찰버스는 단속하기로 했다. 경찰은 공회전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버스 공회전 단속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은 경찰과 협의할 예정”이라며 “경찰버스 저공해화 조치를 독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냥 못 보겠다”…백종원, ‘90도 사과’ 뒤 곧장 달려간 이곳
- “보기 싫어!” 이재명 얼굴 친 이재민…지지자들, 기부 ‘취소’ 행렬
- 아빠 유전자 5% + 엄마 미모 몰빵…개그맨 오지헌 딸들 ‘믿기지 않는 외모’
- 전남편 15억 빚 갚는 중…61세 박해미 세 번째 결혼? 상대 누군가 했더니
- 방송서 속옷까지 벗었다... “정자 1억 개” ‘54세’ 男개그맨 정체
- “요즘 女공무원 너무 많아…산불 투입 어렵지” 울산시장 발언 논란
- "남자한테 참 안 좋은데~"… 우리도 모르게 섭취하고 있는 '이것' [수민이가 궁금해요]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