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점유율 20~30%도 '신중'.. 유럽, 방·통합병 강력조건 부과
■ 긴급점검 SKT-CJ헬로 M&A, 어떻게 볼 것인가
(5) 거대 통신·미디어 인수합병, 해외에선 어땠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시도는 우리나라 방송·통신산업 역사상 유례없는 이종 사업 내 거대 회사 간 결합이라는 평가다. 방송·통신산업이 등장하기 시작한 지난 1990년대 이후 각 산업 영역 안에서는 인수 합병이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TV 1위 사업자라는, 서로 다른 시장에서 각각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기업이 서로 합병하려 한 사례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와 업계에선 이번 인수합병의 정당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 쟁점과 원칙은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찬·반 양측 모두 지난 6년 동안 전세계에서 진행된 30여건 넘는 인수합병 허가 또는 불허 사례를 연구해 두 회사 인수합병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의 근거로 삼으며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사례는 세계 여러 나라가 처한 시장상황과 규제 환경이 달라 우리나라에 완전히 적용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신 방송통신 선진국 규제 당국이 인수합병에서 취한 보편적인 상식과 원칙을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외 주요 인수합병, 해석은 '정반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놓고 찬반으로 나뉜 업계는 지난 2010년 이후 미국, 유럽 등 방송통신 선진국 시장에서 발생한 통신 또는 방송기업의 30여건의 사례를 주요 인수합병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같은 사실을 두고 시각은 완전히 엇갈린다.
SK텔레콤은 통신방송 기업의 인수합병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회사는 "통신-방송 이종 간의 결합은 하나의 대세적 흐름"이라며 "미국, 유럽 등은 경쟁활성화와 이용자 편익 제고 측면에서 통신·방송 산업의 인수 합병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KT-LG유플러스 진영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상황을 살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세계 방송통신시장에서 기업의 자유의사를 고려해 인수합병 허용 사례가 있지만, 한 시장의 점유율 50% 이상을 넘게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가 인수합병을 통해 다른 시장의 점유율을 추가하는 경우는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세계 주요 국가 인수합병 어땠나?= 세계 방송통신규제법에 강한 영향을 끼친 국가는 미국과 영국, 스페인 등을 꼽을 수 있다. 업계는 주로 이 국가들의 인수합병 사례 건으로 논쟁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약 10여 건의 방송통신 기업결합을 심사했다. FCC는 최근 심사한 가장 중요한 인수합병 건으로 케이블TV 사인 '컴캐스트-타임워너' 합병 시도 건을 꼽았다. 미국은 합병기업의 시장점유율이 20~30%를 넘어갈 경우 매우 신중하게 심사를 진행한다. FCC 유선전화사업을 독점하던 AT&T를 강제 분할할 정도로 독점과 경쟁제한에 대해 민감하다.
FCC는 두 회사 결합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키울 수 있다며 반대했다. 미국의 국토가 너무 넓어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지역케이블TV 사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1·2위 케이블업체가 합병할 경우, 인터넷영상콘텐츠(OTT;Over The Top) 사업자 등에 통제를 가할 수 있다고 봤다. 두 회사는 결국 정부 반대 의사에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이를 두고 인수합병 반대 진영은 결합기업 과도한 점유율 상승으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해석하는 반면, SK텔레콤 진영은 통신-방송 기업 간 결합에 따른 부작용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FCC는 이동통신 2위 AT&T가 위성방송 1위 디렉TV를 인수하겠다고 신청한 건에 대해선 초고속인터넷 회선 도달가구를 1200만개까지 확보하는 조건으로 허용했다. AT&T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32%,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5%, 디렉TV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20%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진영은 "AT&T와 디렉TV 합병에서 시장집중도가 일부 증가하지만, 경쟁이 활성화 되는 측면이 더 커서 FCC가 허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KT-LG유플러스 진영은 "위성방송은 주문형비디오(VOD)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서비스를 배제하지 않는 보완관계여서 허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SK텔레콤은 스페인 1위 이통사 텔리포니카와 스페인 규제기관인 CNMC가 텔레포니카(통신)와 까날플러스(방송)를 인수합병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72%에 이르렀지만, 침체된 유료방송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합병을 허용하기도 했다는 사례를 중요하게 제시한다. 이에 대해, KT-LG유플러스 측은 이 사례는 정부가 가입자 전환 방해 금지, 프리미엄채널 의무 도매, 텔레포니카 인터넷망 강제 개방 등 강력한 합병조건을 부과했을 뿐더러, 경쟁사의 소송으로 인해 최종 승인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반박했다.
◇해외 규제기관 '상식과 원칙'만 배워야= 해외 각국이 처한 시장상황과 규제 환경과 역사적 배경은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르다. 특정 국가의 인수합병 허가 또는 불허를 놓고 기준을 삼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선 케이블TV 사업이 사양산업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선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통신사업자를 압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해외사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보다, 정부가 지닌 보편적인 원칙 등을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FCC의 '투명성' 원칙이 주목받고 있다. FCC는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사업자에게 소비자이익에 대한 입증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FCC는 경제효과 분석 등 자료의 진실성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며,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사업자 허가 자체를 취소할 정도로 엄격하다. 특히 인수합병 과정에서 심사 원칙은 물론, 근거로 활용한 자료에 대해선 신청 당사자 또는 반대 측 자료라도 모두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짐 버드 FCC 법률고문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우 인수합병 허가 여부를 두고 매번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며, 소송까지 가는 일도 다반사"라며 "활발한 논쟁을 위해 관련 정보는 일부 민감한 정보를 가리더라도 모두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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