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키코' 연관성 입증이 새 쟁점

김효성 2016. 2. 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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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소송 재점화..국내기업 美서 소송길 열려재판결과 따라 국내서 다시 소송할수도미국선 새 혐의 입증땐 3년간 소송가능
미국 법원이 키코 소송의 미국 현지 관할권을 인정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미국 법원에서 글로벌 은행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길이 열렸다. 더욱이 키코 판매 과정에 글로벌 은행들의 환율조작도 연계되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소송이 국내 소송 결과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키코 소송은 중소기업 심텍이 2013년 키코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미국 연방법원 뉴욕 남부지법에 800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뉴욕 남부지법은 해당 건에 대해서 부적절한 법정지의 원칙(forum non conveniens)에 따라 "관할권이 없다"며 기각명령을 내렸다.

부적절한 법정지의 원칙은 해당 법원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판사가 임의로 소송을 기각하는 것이다. 키코가 한국씨티은행에서 판매된 만큼 씨티은행 본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대부분 계약이 한국에서 이뤄졌지만 씨티그룹 본사가 개입돼 있다는 심텍 측 주장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1심으로 파기환송했다. 앞서 심텍 측은 소송장에서 △한국씨티은행 키코 광고·마케팅 자료에 '씨티그룹'이 명시된 점 △씨티그룹과 계열사가 작성한 환율전망 보고서가 마케팅 자료로 사용된 점 등을 통해 한국씨티은행의 키코 판매 과정에 씨티은행 본사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재판부가 일부 인정한 것이다. 특히 씨티은행을 비롯한 글로벌 은행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런던 외환시장에서 환율조작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냈다는 점도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씨티은행 등 6개 은행에 6조원대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환율조작 시기에 키코가 판매된 것은 비도덕적 행위이자 사기 행위라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씨티은행 환율조작과 키코와의 연관성을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재판을 진행 중인 심텍 측은 이번 소송 재개 명령에 따라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씨티은행 본사 환율조작과 키코의 연관성에 대한 내부 자료를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디스커버리란 원고 측이 재판을 진행하면서 피고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받는 영미법상 제도다. 만약 피고가 요청을 거부하거나 자료를 누락하면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심텍 측을 변호한 미국 뉴욕·뉴저지 소재 로펌인 김앤배의 김봉준 대표변호사는 "디스커버리를 통해 의미 있는 자료를 찾는다면 다른 중소기업 소송에서도 이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국내 법원에서 소송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키코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서 원고인 중소기업이 패소하는 형태로 판결이 내려진 상태다. 하지만 환율조작과 키코의 연관성이 밝혀진다면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새로운 청구원인'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송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김성묵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종전 소송은 (씨티은행의) 환율조작 사실 없이 판결이 나왔는데 만약 (씨티은행이) 환율을 억지로 끌어올려서 키코가 녹인을 걸리게 한 것이 드러나면 이것은 새로운 청구원인이 된다"며 "이렇게 되면 1심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으며 국내 재판의 설명의무 위반 등에 따른 불완전판매와는 다른 성격을 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시효다. 2007~2008년 주로 판매된 키코의 경우 국내법상으로는 시효가 사기행위를 알게 된 시점부터 3년, 판매 시점으로부터 10년으로 제한돼 결국 최장 2017년이면 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7년까지 심텍 측이 이번 재판을 통해 환율조작과 키코와의 연관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찾지 못한다면 국내 중소기업이 국내 법원에 소송을 걸 근거가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미국에 재판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기행위를 알게 된 시점으로부터 시효를 시작하기 때문에 실제 시효가 한국보다 길다는 점에서다. 만약 중소기업이 2007년께 키코 계약을 은행과 맺었더라도 2017년 키코 계약이 씨티은행 환율조작에 따른 사기행위라고 인지하고 이를 법원에서 증명할 수 있다면 시효는 2017년부터 3년간이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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