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삶은 한국현대사 그 자체였다..고 이철승 전 대표

김승환 2016. 2. 27. 20: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 별세

94세 일기로 27일 별세한 소석(素石) 고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는 한국 정치사의 한가운데서 평생을 살아온 야권의 정치원로로, 그의 삶이 한국현대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전주고와 고려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해방 직후인 1946년 반탁전국학생총연맹 중앙위원장과 전국학생총연맹 대표의장으로서 신탁통치반대운동 및 반공운동을 주도해 학생운동 1세대로 꼽힌다.

한때 이승만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걷기도 했으나 이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친일파 출신 경찰을 채용하는 데 반대해 결별했다.

1954년 제3대 총선 때 전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정치권에 진입했으며, 이후 4·5·8·9·10·12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7선 의원을 지냈다.

이 전 대표는 1954년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 때는 개헌에 반대해 본회의장 단상에 있던 국회 부의장의 멱살을 잡고 강력하게 항의했던 일화도 있다.

1955년 현재 야권이 뿌리로 내세우는 민주당 창당을 주도했고, 국회 국방분과위원장(1960년)·국회부의장(1973년)·신민당 대표최고위원(1976년)을 지내는 등 제3·4 공화국 시절 야당 핵심인사로 활동했다.

이 전 대표는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군부에 의해 정치규제를 당해 해외 망명길에 올랐고, 1980년에도 신군부의 정치쇄신법에 의해 정치규제를 당하기도 했다.

특히 19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함께 '40대 기수론'의 한 축을 이뤄 경쟁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중도에 경선을 포기하고 YS와 단일화를 이뤘으나, 1차 투표에서 YS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자 2차 투표에서는 DJ 지지로 돌아서 DJ가 2차 투표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쓰고 대선 후보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 전 대표와 DJ 사이에 밀약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제1야당인 신민당 대표 시절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며 초당적 외교를 주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그는 미국의 카터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박정희 대통령을 압박했을 때 야당 당수(黨首)로서 일본과 미국을 찾아 주한미군 철수 방침을 접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로 인해 이 전 대표는 '사쿠라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쿠라는 일제 때 '가짜 독립투사'에 빗대어 낮에는 야당 인사로 행세하면서 밤에는 남몰래 정부·여당과 야합하는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는 "나라가 있어야 여당도 있고 야당도 있는 것 아니냐"며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에 말려드는 꼴"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12대 국회에선 당시 여당인 민정당의 내각제 개헌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취해 야권의 반발을 사기로 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정계에서 은퇴하고 보수인사로서 활동했다. 그는 자유민주총연맹 총재(1987년)를 비롯해 건국애국단체총연합회 회장(1987년),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1994년),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1996년), 건국 50주년 기념사업회 회장(1998년),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 대표상임의장(2005년), 대한민국헌정회 회장(2007~2009년) 등을 지냈다.

고인은 이날 새벽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병상에서 북한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관련 뉴스를 찾았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이달 초 얻은 감기 증세가 악화해 입원하면서 북핵 문제를 두고 "세월이 하수상하다"고 걱정했으며,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을 때도 "안보 시국이 엄중한데 무슨 사회장이냐.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치러달라"고 주위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