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보호'는 말뿐, '낙인'만 남은 공익제보

신정연 2016. 2. 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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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교사와 교직원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수년 동안 성폭행한 일명 도가니사건.

영화로도 제작이 됐죠.

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건 한 선생님의 용기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결심한 이런 제보자들, 보상은커녕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신정연 기자가 보도하겠습니다.

◀ 리포트 ▶

병원 원무부장이었던 이 모 씨는 3년 전 큰 용기를 냈습니다.

자신이 일했던 곳이 불법 사무장 병원이고 부당하게 진료비를 청구한 사실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폭로했습니다.

[이 모 씨/공익신고자]
"신분 노출되면 안 하겠다고 했어요. 틀림없이 지켜줄 테니까 증거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해서 제출했고…."

7개월 뒤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사를 마친 경찰이 실적을 과시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병원 전 원무부장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했다'는 문구를 넣은 겁니다.

[병원 동료]
"행정원장님이 그 자리(원무부장)에 계셨는데 행정원장님으로 바뀌면서 원무부장님은 이 부장님밖에 없었어요. 누구나 다 (제보자를) 알게 된 거죠."

피의자들로부터 협박에 시달린 건 물론 재취업했던 병원 세 곳에서도 번번이 내부고발자라는 소문이 나 그만둬야 했습니다.

반면, 실수한 수사관들은 '경고, 주의' 같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고, 국가가 이 씨에게 해준 건 위자료 5백만 원 지급 결정뿐입니다.

[이 모 씨/공익신고자]
"공익제보는 하면 안 됩니다. 약속을 하고도 책임질 사람이 없습니다. 후회가 막심합니다."

정부는 공익제보를 보호하고 장려하기 위해 공공부문엔 부패방지법, 민간부문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제정해 놨습니다.

하지만 비밀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원칙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서 신분 노출 뒤 벌어지는 각종 불이익 역시 고스란히 제보자의 몫입니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던 이상돈 씨는 고액의 국가 장비가 부실하게 관리되는 점 등을 공익신고한 뒤 해고를 당했습니다.

법령에는 '신고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지만 신고와 무관한 이유를 들이대며 불이익을 가하면 속수무책입니다.

[이상돈/공익신고자]
"공익제보를 해고 사유로 적시할 수 있는 기관은 아무 곳도 없어요. 사측에서 최종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업무 부적응, 근무 평정미달…."

경제적 어려움이라도 덜어주자며 마련된 구조금 제도도 사실상 유명무실.

지난 5년간 단 2명이 각각 8만 원, 20만 원을 받은 게 전부입니다.

[박흥식/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공익신고 후에 겪는 가장 큰 고통은 경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람 구실을 하기가 어렵게 만들어요. (사회가)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그게 끝이에요."

공익제보자 열에 일곱은 극심한 우울증을, 86%는 극한의 좌절감을 경험했다고 답하는 현실.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부정부패에 입을 다물게 만들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

(신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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