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리스크 실상은②]위안화 절하냐 절상이냐..중국의 딜레마

안호균 2016. 2. 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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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안호균 기자 = 연초부터 중국 위안화 약세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막을 올린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초점도 중국의 위안화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큰 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초 달러당 6.2 위안 수준에서 현재 6.6 위안 수준까지 상승했다.

올해 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은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한 차례 신경전을 치렀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위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며 절상 압력을 넣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과거 중국은 늘 환율을 조작해 왔다"며 "중국 기업이 미국 회사로부터 이익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중국은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 또는 절상 시도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은 23일 "위안화의 큰 폭 절하나 절상이 수입이나 수출 상에 이익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과거 플라자합의와 같은 과정을 통해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G5(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재무장관들이 달러화 강세를 완화하기로 결정한 조치를 뜻한다. 플라자 합의가 채택되면서 독일 마르크와와 일본 엔화 가치는 급격히 상승했다.

이번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위안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환율 문제와 관련해 플라자합의와 같은 논의가 시작되길 바라지만 중국은 이에 부정적이다.

중국의 속내도 복잡하다. 수출 경쟁력을 위해서는 완만한 위안화 가치 하락이 바람직하다는 게 중국 내부의 분위기다.

하지만 연초부터 위안화가 투기 세력의 타깃이 되면서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에 대한 리스크가 부상했다.

미국 금융계의 '큰 손'인 조지 소로스 등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면서 중국 정부는 대형 투기자본과 전면전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지난 1월 외환보유액을 헐어 환율 방어에 나섰다. 이에 따라 1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3조2309억 달러로 (약 3870조원)를 기록해 전월 대비 995억 달러(119조원)나 감소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2014년 6월 3조9932억달러(4772조원)로 정점을 찍고 1년 반만에 7623억 달러(911조원)나 축소됐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중국 자체의 위험은 물론 세계 경제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중국은 1조2645억 달러(1519조원) 가량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미국 국채의 10%에 달하는 액수다. 중국이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매각할 경우 세계 금융 시장에 큰 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위안화 약세는 연초부터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위안화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감 등에 따라 중국 상해 증시는 연초 대비 22%나 폭락했다. 일본과 미국 증시도 각각 15%와 5% 가량 하락했다. 국내 주식시장도 코스피는 2%, 코스닥은 5% 정도 떨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위안화의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중국의 저성장이 본격화되고 은행 부실자산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위안화 약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의 한 소식통은 "현재 시장에서는 3~5% 가량의 추가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며 "중국 정부도 완만하게 위안화가 절하되기를 바라고 있어 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자국 내부의 투기 수요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내에서 위안화 약세를 예상한 다양한 투기적 수요가 생기고 있다"며 "헤지펀드가 몇 억 달러를 동원해서 하는 것보다 13억 중국인들이 기회가 되는대로 달러를 사모으고 있는 것이 위안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 연구위원은 "중국은 항시적으로 자본을 통제하는 나라에 속해 외부로 급격하게 자본유출이 될 수 있는 경로가 막혀 있다"며 "하지만 내부의 투기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생각을 못했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위안화 가치 하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원화 가치가 위안화와 동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소재라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급격한 위안화 약세로 주변국 신흥국 금융 불안이 심화될 경우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위안화와 함께 원화 가치도 크게 떨어지면서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지만 지금은 (환율 변동성을) 살펴봐야 할 시기"라며 "환율에 급격한 변화가 있으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 연구위원은 "중국에서 (급격한 위안화 절하로) 위기 시나리오 현실화되면 신흥국 통화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도 위험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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