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용 우려 품목 제재에 초점..북 공군·로켓개발 타격

2016. 2. 2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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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란제재때 효과본 ‘제3자 제재’ 원용
원유·노동자 송출 등 핵심은 빼고
석탄·철·금·희토류 등 수출금지 대상
주교역국 중국이 민생용으로 판단땐
석탄·철광석은 제재대상서 빠질수도

중국의 대북교역 거점인 랴오닝성 단둥항이 최근 북한 선박에 대한 입항금지 조처에 들어갔다. 사진은 단둥항 광물 전용 부두의 모습. 선양/연합뉴스

“지난 20년 사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가장 강력한 제재다.”(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

“전쟁·침략에 대한 처벌을 제외하면 안보리의 경제제재로는 가장 강력하다. 안보리 차원의 어떤 제재도 이 정도의 강도와 포괄적 내용이 들어간 적이 없다.”(외교부 당국자)

한국·미국 양국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이 전례 없이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장 제재’를 공언해온 한국 외교부의 당국자도 26일 “우리가 기대·예상한 것보다 강도 면에서 훨씬 강화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그럴 만하다. 북한의 광물자원 무역을 금지·제한하는 ‘특정 분야 제재’가 대북 제재 사상 처음 도입됐고, 북한을 오가는 모든 화물을 ‘의무 검색’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 중국 정부의 대응이 제재 실효성 좌우할 듯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의 실제 대북 압박 효과를 가늠하려면, 두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북한 대외무역의 90% 남짓을 차지하는 북-중 무역의 당사국인 중국 정부의 판단과 ‘이행 의지’다. 둘째, “이 제재 결의안은 북한의 지배층(ruling elite)에 초점을 맞출 뿐 북한의 일반 주민을 벌주려는 게 아니다”라는 파워 대사의 강조처럼, ‘민생’과 ‘인도적 지원’ 분야를 제재 대상에서 배제한 사실이다. ‘안보리 제재가 북한 인민의 민생에 인도적 재앙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주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새 결의안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제재의 실요성 여부가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 북한 노동자 국외 송출 차단은 빠져

우선 한·미 양국 정부가 ‘끝장 제재’를 외치며 중국 정부를 압박해온, 중국의 대북한 원유 수출 금지, 북한의 주요 외화소득원으로 꼽히는 북한 노동자의 국외 송출 차단 조처는 이번 제재 결의안에 담기지 않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미 정부가 강조해온 대북 경제 제재의 핵심이 상당 부분 빠진 셈이다. 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노동자 국외 송출 차단은 북한이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영역인데 중국 정부가 북한의 처지와 동북지역의 북한 노동력 수요 등을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내용

■ 사상 첫 특정 무역 분야 제재

파워 대사는 “북한의 석탄·철(광석)·금·티타늄·희토류 수출을 금지 또는 제한한다”고 밝혔다. ‘특정 무역 분야’ 제재인데, 안보리의 기존 대북 제재 결의에는 없던 새로운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이란 제재 때 ‘강력한 무기’로 활용한 이란 원유·자동차 산업 관련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방식을 원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부 사항을 보면, 제재의 실효성이 겉보기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다. <로이터>는 자체 입수한 결의 초안을 근거로 금·티타늄·희토류는 “수출 금지”하되, 석탄·철(광석)은 “민생용”(livelihood purposes)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자금이 전용되지 않는다면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보도했다. 석탄은 북한의 대중국 수출 1위 품목이다. 석탄 수출이 전면 금지되면 북한 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민생용’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단서 조항을 중국 정부가 어떻게 해석·운용하느냐에 따라 ‘석탄 수출 금지’ 규정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대중국 석탄·철광석 수출이 급감 추세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북한의 대중국 석탄 수출은 2014년 -18.2%, 2015년 -6.3%로 감소 추세다. 철광석은 2005년엔 대중 수출 2위 품목이었는데, 지난해에는 5대 수출 품목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세계적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과 중국 내 수요 감소가 겹친 탓이다. 석탄의 경우, 중국 정부가 심각한 대기 오염에 대응해 석탄 사용을 억제하는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동북3성 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광물 자원 개발과 관련한 북·중 합작사업이 활발한 현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북한의 ‘광물 수출 금지’의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 화물 검색 의무화

한·미 정부가 강조하는 게 북한으로 향하거나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화물을 ‘의무 검색’(mandatory inspection)하는 제재다. 파워 대사는 “사상 최초”라고 거듭 강조했다.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가 2014년 7월28일 제재 대상 목록에 올린 북한의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31척을 제재 대상으로 적시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제재 효과가 중국 정부의 판단·실행에 달려 있다. 북한 대외무역의 90% 남짓이 북-중 무역이다. 그리고 북-중 무역의 70% 남짓이 신의주~단둥 창구로 이뤄진다. 북한 대외무역의 대부분이 북-중 육로무역인 셈이다. 북-중 관계와 동북3성의 대북한 경제협력 수요를 고려할 때 중국 정부가 엄격한 검색을 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과 육로무역이 없고, 5·24 대북조처로 이미 북한을 오가는 선박의 한국 항구 입항을 금지하고 있다.

■ 군수품 통제 강화될 듯

그렇다고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이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건 아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제재는 군수품, 일반경제, 인도적 분야 등 세 범주로 구성되는데, 군수품 통제는 전보다 훨씬 강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결의안이 로켓 연료를 포함한 항공유의 대북 수출을 금지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 공군과 로켓 개발 등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유엔 회원국에 북한과 무역 과정에서 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이중용도 품목의 거래 금지’(캐치올 제도) 의무를 강화한 것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판단 주체가 각국 정부여서 차단 효과가 일관되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이 국외에 설치한 금융기관과 북한에 진출한 외국 금융기관 관련 ‘금융 제재’도 대폭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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