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단골이라더니 호갱? "은행 갈아타세요"
[뉴스데스크]
◀ 앵커 ▶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내일부터 계좌이동제가 본격시행되면서 은행들이 비상입니다.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이른바 집토끼와 산토끼를 다 잡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 앵커 ▶
특히 다음 달 만능통장, ISA 도입까지 앞두고 있어서 말 그대로 은행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먼저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중고차 중개업체처럼 시세와 매물 정보를 제공하고 자동차 매장에서 대출도 바로 해 줍니다.
중개상도 금융캐피털사도 아닙니다.
은행이 요즘 하는 일입니다.
[남지훈/중고차 매매 상인]
"대출신청을 바로 하실 수 있거든요. (은행에 안 가고 여기서 이게 다 된다?) 예, 여기서 바로 가능하세요."
오픈마켓 사업을 준비 중인 은행도 있습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상품을 고객과 연결해 주고 수수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옥희경/우리은행 과장]
"수수료와 고객증대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골드바, 자동차, 해외여행 상품권까지 백화점 뺨치는 경품도 내겁니다.
은행들이 고객 유치경쟁에 부업까지 나서는 이유.
장사가 예전만큼 안 되기 때문입니다.
◀ 앵커 ▶
저금리에 속끓이는 게 고객들만은 아니군요.
은행들의 수익도 예전만 못한 거죠?
◀ 앵커 ▶
네,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금으로 대출을 해주고 이때 받는 대출이자 중 일부를 예금주에게 돌려주고 차익을 챙기는데 최근 5년 새 수익률이 3분의 1 정도 줄었습니다.
또 저금리에 돈을 맡기는 사람도, 경기 침체로 돈을 빌리는 사람도 줄기도 했죠.
그러자 은행들이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수수료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김재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신한은행은 영업점에서 다른 은행으로 송금할 때 내는 수수료를 이달부터 2천 원으로 두 배 올렸습니다.
2천 원이 안 되는 시중은행은 이제 두 곳뿐입니다.
자동입출금기 계좌이체 수수료도 잇따라 올라 하나·기업·신한은행 등이 일제히 10~30%씩 수수료를 올렸습니다.
[김인자/신한은행 고객]
"소비자한테 오히려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은행도 서비스업이잖아요."
씨티은행도 3만 원에 발급해주던 국제 현금카드를 5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고객 예금을 굴려 수익을 내면서도 100가지 넘는 수수료까지 챙긴다는 비판에 스스로 인하책을 내놨던 게 불과 5년 전.
작년에도 각종 수수료로 4조 9천억 원을 벌어들인 은행들이 이익이 줄자 수수료부터 올리겠다고 나선 겁니다.
[박창욱/전국은행연합회 수신제도 부장]
"최근 시장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권의 수익성도 많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수수료 수익 등 수익성 다변화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앵커 ▶
수수료는 더 받아 챙기면서 혜택은 얼마나 더 주고 있을까요.
한 시중은행이 내놓은 적금상품입니다.
단골고객에게는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대 연 2.7%라고 하니 1%대 금리시대에 귀가 솔깃하죠.
조건을 한번 볼까요?
기본금리 1.9%에, 적금통장 외에 은행이 지정한 특정통장을 넉 달간 갖고 있으면 0.1%가 추가됩니다.
해당은행 계좌로 한 건에 50만 원 이상 연금이나 월급이 들어오면 또 0.1%.
계열사의 카드대금과 아파트 관리비 같은 공과금을 자동이체하면 각 0.1%.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하고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동의까지 하면 또 0.1%씩 해서 최대 0.8%를 더 준다는 겁니다.
매달 10만 원씩 1년 동안 부을 경우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로 받는 이자는 9천600원입니다.
◀ 앵커 ▶
창구에서 계좌이체 네댓 번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이군요.
보신 것처럼 예금금리 0.1% 더 올려받기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출금리 0.1% 깎아내리기는 더 어렵습니다.
요즘 은행 문턱이 높아져 돈 빌리기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 김세의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수도권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 모 씨는 다음 달 시작되는 첫 중도금 납부 얘기에 한숨부터 내쉽니다.
[김00/아파트 입주예정자]
"은행이 리스크 관리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고금리를 책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로 강자의 횡포로 밖에 볼 수 없어요."
최근 은행들이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제2금융권 집단 대출이나 개별적으로 대출을 받게 된 건데, 금리가 2.5%에서 3.45%로 오르면서 세대별 이자부담만 600만 원에서 1천700만 원까지 늘게 됐습니다.
이 같은 상황의 아파트 건설 현장은 전국 15곳, 3만여 가구에 이릅니다.
주택담보대출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상 코픽스 금리에 은행별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지난달 코픽스 금리는 전달보다 0.07%포인트 떨어졌지만, 16개 은행 중 15곳이 금리를 올려 평균 금리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 앵커 ▶
내일부터 은행 갈아타기가 쉬워집니다.
내가 단골고객 대접을 잘 받고 있는지 이런 점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예금이자와 대출이자 얼마나 주고받아가는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요.
휴면예금 조회가 가능합니다.
4월부터는 대출을 받아보고 마음에 안 들면 1주일 안에 철회도 할 수 있고요.
하반기에는 인터넷 전문은행도 나오죠.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 앵커 ▶
수익이 줄어든 마당에 수수료 올리고 대출 문턱 높이는 것, 은행으로선 당연한 일일 겁니다.
고객도 마찬가지죠.
적어도 이자 조금 받고 수수료 많이 갖다주는 이른바 '호갱'이 되지 않으려면 더 따지고 챙기는 게 당연할 겁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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