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분유 최저가 경쟁 '점입가경'..대형마트-소셜코머스 '1원 전쟁'
[한겨레] 이마트 18일 “하기스 장당 310원”에
쿠팡 “우리도”…이마트 다시 “308원”
로켓배송 등 소셜코머스 급성장에
온-오프 유통전쟁 계속 판커져
이마트가 소셜코머스 업체들을 겨냥해 ‘최저가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소셜코머스 업체들도 잇따라 맞대응에 나섰다. 과거 ‘10원 단위’ 가격 경쟁이 ‘1원 단위’로 더욱 치열해지고, 동종업계 간 싸움에서 온-오프라인 업계를 넘나드는 경쟁으로 ‘유통 전쟁’의 판이 커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 19일 하기스 매직팬티(대형 기준) 값을 장당 313원에서 310원으로 낮췄다. 전날 이마트가 장당 310원에 기저귀를 판매한다고 발표한 뒤에 이뤄진 조처다. 이마트는 쿠팡이 값을 내리자 23일 장당 308원으로 다시 값을 내렸다. 이마트가 23일 남양유업의 ‘임페리얼 XO 드림 3단계’(3개 묶음) 값을 5만4600원(개당 1만8200원)으로 내리자, 이번에는 쿠팡이 같은 날 동일 상품을 5만4580원(개당 1만8193원)으로 인하했다. 쿠팡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대응하는 것은 아니고 최저가를 지향하는 쿠팡의 특성상 모니터링을 한 뒤에 가격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마트가 온라인 유통업계까지 겨냥한 최저가 전략을 취하자 이에 맞선 모양새가 됐다.
25일 티몬은 생필품 전문몰인 ‘슈퍼마트’에서 한번에 4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6천원(15%)을 추가 할인해준다고 밝혔다. 티몬 관계자는 “최근 기저귀와 분유로 촉발된 온-오프라인 가격 경쟁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위메프도 대형마트의 최저가 정책에 직접 대응하는 ‘싸다! 마트보다 위메프 플러스’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통업체 간 경쟁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2010년엔 대형마트들이 삼겹살과 라면 등의 값을 경쟁적으로 10원씩 내리며 하루에도 몇 차례씩 최저가 업체가 뒤바뀌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과열 양상으로 번지면서 삼겹살 값은 2주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2013년 쿠팡 등 소셜코머스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티몬이 쿠팡과 위메프보다 비쌀 경우 차액을 100% 돌려준다고 발표하자, 바로 다음날 위메프가 차액에다 10%를 더 돌려주는 ‘최저가 보상제’를 꺼내들었다.
큰 폭의 적자를 감수하며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소셜코머스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자, 경쟁의 양상은 동종업계에서 이종업계로 확장됐다. 지난해에는 쿠팡의 ‘로켓 배송’에서 시작된 빠른 배송 경쟁이 온-오프라인 모든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벌어졌으며, 지난주부터는 기저귀와 분유를 시작으로 대형마트와 소셜코머스 간에 1원 단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마트 홍보담당자는 “거대한 유통망과 구매력을 지닌 대형마트는 당초 소셜코머스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이들이 오프라인 시장의 매출을 가져가면서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자 업계를 넘나드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기저귀와 분유는 외출하기 어려운 아기 엄마들이 주로 구매하는데다 부피가 크고 무거워 문 앞 배송에 강점을 지닌 소셜코머스의 주력 품목이 됐다. 이마트는 이들을 최저가 품목으로 정하면서, 가격 전쟁이 소셜코머스를 향하고 있다는 뜻을 천명했다. 전문가들은 최저가 경쟁이 다른 품목으로 옮겨가며 당분간 온-오프라인 가격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근종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부피와 무게, 사용 빈도,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생수, 화장지, 세제가 다음 최저가 품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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