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중은 북핵 출구찾기 나서는데..'나홀로 강경책'에 개성기업 줄도산 위기

2016. 2. 2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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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입주기업, 협력업체 5천곳에
내달말 물품값 지급 몰려
정부 “5500억 특별대출”
피해보상 아닌 지원대책뿐

개성공단 입주기업 ㈜녹색섬유의 서울 성동구 본사 지하 임시작업장에서 24일 개성 현지공장 이중범 공장장이 폐쇄 직전 급하게 가지고 내려온 의류 제품 포장 작업을 하던 중 피곤한 듯 눈 주위를 매만지고 있다. 이씨는 “정세가 빨리 좋아져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미국과 중국이 외무장관 담판을 통해 ‘제재 국면의 신속한 마무리와 제재 이후 대화 재개 방안 논의’ 쪽으로 가닥을 잡아,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근거로 내세운 ‘끝장 대북 제재’에 중국을 동참시키겠다는 압박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나홀로 강경책’으로 드러난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123개 입주기업과 5000여 협력업체는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의 타격을 입으면서 ‘자해적 제재’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입주기업들의 협력업체 대금 지급 시기가 몰리는 3월말께 ‘줄도산 폭탄’이 터질 우려가 높아지면서 입주업체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25일 <한겨레> 취재 결과, 개성공단 피해기업들 중 상당수가 3월말께 자금 압박 위험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입주기업 중 상당수의 협력업체 대금 지급 시기가 한달여 뒤에 몰린다.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지급이 이뤄질지 우려된다. 협력업체들도 영세한 곳이 많아 연쇄적으로 자금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20여 입주기업은 물론 5000여 협력업체까지 참여하는 3차 총회를 3월2일 열기로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총회에 모든 협력업체 대표가 참여하도록 문을 열어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모두 모여서 실력행사에라도 나서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개성공단 피해기업들에 대한 피해 ‘보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일관되게 ‘지원’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날도 정부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정부합동대책반’은 4차 회의를 열어, 피해기업들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5500억원을 특별대출해주기로 했다. 대출금리가 남북협력기금은 1.5%, 중소기업 창업·진흥기금은 2%, 국책은행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은 3% 수준이어서 시중금리보다 낮게 매겨진다. 정부는 2013년 개성공단 중단 때 이뤄진 특별대출 3500억원보다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2013년 3500억원도 기업별 대출 한도 때문에 실제로 이뤄진 대출은 1000억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5500억원은 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더구나 대출은 갚아야 할 돈이지 피해 보상 성격이 아니다. 개성공단 피해기업의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손실 보상이 아닌 지원만 하는 수준에서는 피해 복구가 전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보상은 합법적 행위에 따른 손실에 대해 이뤄진다. 그러나 황교안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설명했듯,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 5·24 대북 제재 조처 때를 근거로 들고 있다. 당시 남북 경협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등에서 법원은 “(5·24 조처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재량 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5·24 조처 때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법원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주장은 배척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라고 해도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돼야 한다. 5·24 조처는 추가 사업을 허가해주지 않기로 한 것이었지만 이번엔 기존에 있는 사업권을 사실상 빼앗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업 활동을 직접적으로 제약하고 개인 재산권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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