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포비아' 감독 "류준열 일베 논란, 차라리 내게 돌 던져라"(전문)

윤상근 기자 2016. 2. 2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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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윤상근 기자]
배우 류준열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류준열 /사진=김창현 기자

영화 '소셜포비아'를 연출한 홍석재 감독이 배우 류준열의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논란'에 대해 심경을 밝혔다.

홍석재 감독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류준열과 어젯밤 통화를 했다"는 말을 시작으로 긴 글을 남겼다.

홍석재 감독은 "기사에도 났지만, 마침 통화하기 직전에 일베 가입인증 메일이 날아왔다고 해서 그 얘길 한참 했다. 헛웃음도 나오고 살짝 소름도 돋았다"고 운을 뗐다.

홍석재 감독은 "류준열은 여성혐오나 지역비하, 고인능욕, 극우적 시각 등에서 거리가 먼 사람이다. 아마 나보다 더 멀 것이다. 류준열은 정치 의식이 뚜렷하고 건강한 친구다.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옆에서 같이 본 사람으로서 보증한다"고 말했다.

또한 "류준열의 일베 논란에 원인 제공은 나다. 그래서 정말 미안하다. 괜히 레퍼런스 BJ를 엉뚱한 사람으로 추천하는 바람에 쓸데없는 불씨를 심은 셈"이라며 "류준열이 쓸데없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 (차라리) 내게 돌을 던져라”고 호소했다.

'소셜포비아'는 한 네티즌의 악플로 시작된 마녀사냥을 다룬 영화. 지난해 3월 개봉했다. 류준열은 '소셜포비아'에서 BJ 양게 역으로 출연했다.

앞서 류준열은 4개월 전 자신의 SNS에 암벽을 등반하는 사진과 함께 '엄마 두부 심부름 가는 길'이라고 올리며 이른바 '일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네티즌들은 암벽과 '두부'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희화화한 '일베' 용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류준열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류준열은 일베 회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홍석재 감독의 심경 전문

준열이랑 어젯밤 통화를 했다.
목이 완전히 잠겨 있어서 안쓰러웠다.
기사에도 났지만 마침 통화하기 직전에 일베 가입인증 메일이 날아왔다고 해서 그 얘길 한참했다. 헛웃음도 나오고 살짝 소름도 돋았다.

'소셜포비아2'를 찍자고 농담을 주고 받았다. 이번엔 양게가 용민이처럼 내몰리는 내용으로. 현실과 달리 극 중 양게에겐 지웅 같은 친구가 없으니 훨씬 고생하는 스토리로. 난 더 잘 찍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준열이는 혼이 담긴 연기를 선보이겠지.

준열이는 여성혐오나 지역비하, 고인능욕, 극우적 시각 등등에서 거리가 먼 사람이다. 아마 나보다 더 멀 것이다. 준열이는 정치 의식이 뚜렷하고 건강한 친구이다.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옆에서 같이 본 사람으로서 보증할 수 있다. 류준열이 일베를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 준열이의 일베 논란에 어느 정도 원인 제공한 게 나라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괜히 레퍼런스 BJ를 엉뚱한 사람으로 추천하는 바람에 쓸데없는 불씨를 심은 셈이다. 그리고 준열이도 쓸데없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

어쩄건 나한테 돌을 던져주세요.
누군들 이런 상황에 처하면 힘들지 않겠냐만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적 스탠스나 신념에 정반대되는 입장으로 몰릴 뻔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심지어 자기 때문에 필러버스터가 실검에서 밀리게 됐으니…
말이 나와서 말인데 18주 전에 올린 사진이 하필 어제 난리가 된 걸 가지고 인과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나오면 아마 어떤 사람들은 음모론이라고 할 거다. 논리가 부족하다고. 네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거라고.

사실 준열이도 똑같다. 두부와 절벽을 놓고서 일베라고 단정 짓는 것 또한 사실을 놓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의 해석이 들어간 게 아닐까?
해석은 결국 욕망인 것 같다.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하게 된다.

난 두부라는 단어가 일베 용어인 줄 어제 처음 알았다. 끔찍한 건 일베 용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현실의 언어들이 점점 일베 용어를 피할 텐데 그럴수록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줄어들고 자기 검열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거다.

대다수 보통 사람들에게야 그럴 일이 오지 않겠지만, 적어도 준열이 같은 다수의 사람들과 만나는 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두부도 두부라고 못 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사람들이 일베에 대해 가지는 분노, 혐오, 기피 등등의 감정들은 이미 만연해 있다. 일베가 가지는 해악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조심하고 방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러는 가운데에 오해와 실수가 벌어질 수 있다. 정말로 무고한 사람이 다칠 수 있다.

위험한 건 일베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자그마한 행동이나 판단이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섬뜩하게도 일베스러워 질 수 있다는 거다.

나도 다르지 않다. 만약 준열이가 아니었다면, 준열이를 몰랐다면 나 역시 지나가면서 '쟤 일베네'라고 생각하고 넘겼을 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가지는 선입견이라는 게 쉽사리 바뀌지 않기에 이제 막 이름을 알리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준열이에게 혹여나 일베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걱정된다.

모든 것들이 너무 빨라 퍼져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슬픈 건 그 중 악의를 띈 것들이 더 빨리 전염되고 더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그냥 현실이 소셜포비아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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