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폭스콘, 7조원에 日샤프 인수.."韓 타격 불가피"(종합)

한동희 기자 2016. 2. 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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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샤프가 25일 대만 홍하이그룹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

일본 가전 제조사 샤프가 7000억엔(약 7조7000억원)을 받고 대만 훙하이(鴻海)그룹에 회사를 팔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가 25일 보도했다. 훙하이는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모(母)회사다.

샤프는 훙하이와 일본 정부와 민간 합작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의 인수 제안을 저울질한 뒤 이런 결정을 내렸다. INCJ는 대만 기업에 자국 기업을 빼앗길 수 없다며 앞서 폭스콘이 제시한 6250억엔 규모의 인수안에 3000억엔의 웃돈을 얹어 인수안을 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폭스콘이 출자액을 최대 7000억엔으로 제안하자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했다. 훙하이의 궈타이밍 회장이 직접 일본을 찾아 샤프 경영진을 설득한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샤프는 대규모 적자에 따른 재무 상태 부실로 파산 위기로 몰리면서 외부 기업 투자 유치를 추진해왔다. 2012년에만 약 5조원의 적자를 봤다.

샤프는 이번 매각을 통해 디스플레이 사업을 넘기게 된다. 홍하이가 탐냈던 샤프의 마지막 '알짜 자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일본 간사이(關西) 지역에 있는 샤프의 사카이(堺) 공장은 60인치 이상 고품질 LCD(액정표시장치) 대형 패널을 생산하는 10세대 라인이다. 홍하이와 샤프는 이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인 사카이 디스플레이 프로덕트(SDP)의 지분을 38%씩 갖고 있었다.

사카이 공장은 삼성전자(005930)도 원했던 자산이다. 10세대 공장을 삼성전자가 별도로 지으려면 약 4조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70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된 샤프의 SDP 지분 38%를 인수하면 이 돈을 아낄 수 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년전부터 인수 의사를 직접 전달해왔고, 지난해 말에는 일본 대형 금융사 대표와 만나 "샤프를 지원하고 싶은데 일본 정부를 비롯한 여기저기서 우리의 진심을 오해하고 있다"며 "진의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으로 LCD 시장에서 3위로 밀려났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출하량 기준 23.4%를 점하며 1위를 유지한 가운데, 17.5%를 점한 삼성디스플레이는 대만 이노룩스에 2위를 내줬다. 삼성전자의 샤프 공장 인수 실패가 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배경인 셈이다.

홍하이의 샤프 인수로 한국 기업들에게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하이의 궈타이밍 회장은 2012년 "한국인들은 뒤통수를 잘 친다"와 같은 반한(反韓)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대화면 TV 제조를 위해 샤프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았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홍하이의 이런 성향이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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