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FOCUS] '유스 6인 출전' 우려 극복한 '수원 비전'

풋볼리스트 2016. 2. 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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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수원삼성의 2016시즌 첫 공식 경기는 향후 팀의 운영 방향성을 보여줬다. 한때 스타 선수를 수집하며 ‘레알 수원’이라 불렸던 수원의 모델은 이제 ‘갈락티코 군단’이 아니라 FC바르셀로나식 유스 중심 모델이다.

수원은 감바오사카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G조 1차전 경기에 나선 18명의 엔트리 중 10명을 유스 출신 선수로 구성했다. 이들 중 6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섰다. 수원은 올 시즌 총 37명의 선수단 가운데 14명을 유스 출신으로 구성했다. 유스 비율이 37%다. 40%에 육박한다.

이날 수원이 유스 출신 선수를 대거 출전시킨 것은 현 선수단에 부상자가 많기 때문이다. 홍철은지난 시즌부터 좋지 않았던 발목에 부상이 있고, 이상호는 스포츠 탈장으로 수술을 받았다. 신세계, 구자룡, 곽희주, 이고르 등은 전훈 도중 경미한 부상으로 감바전에 결장했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이용래 등 총 8명에 달하는 선수가 빠진 채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 유스 중심 수원, 자신만만했다

부상자 공백을 유스 출신 선수들이 채웠다. 최전방에 김건희가 섰고, 2선 미드필드진에 권창훈, 포백 라인에 민상기와 연제민이 유스 출신 선수였다.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온 김종우와 은성수도 유스 출신이다. 김건희와 김종우, 은성수는 올 시즌 입단해 수원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시즌 일왕배 우승팀이자 2015 ACL 8강전에서 전북현대를 탈락시킨 감바오사카는 패트릭과 우사미 다카시, 구라타 슈, 오재석 등 주력 선수가 총출동했다. 수원은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에 임했지만 주도적인 경기를 했다. 결과는 득점 없는 무승부였지만, 두 차례나 감바 골대를 때린 통한의 무승부였다.

아직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이 팀의 척추 라인을 이루면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경기 전 회견에서 서정원 감독은 스페인 전훈의 소득으로 “신인 선수들의 생각 보다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 당장 실전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다”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서 감독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수원의 유스 출신 선수들은 팀의 기존 색체를 유지하며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였다. 하세가와 겐타 감바 감독은 "수원은 공격적이고 빌드업이 강하다. 볼 소유를 중시한다"며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고 했다. 유스 중심으로 나섰음에도 서 감독 부임 후 3년 간 유지해온 전술 색체에 변화가 없었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청소년 대표 출신 김건희(21)는 전방에서 포스트 플레이와 연계 플레이는 물론 마무리 슈팅 능력까지 스트라이커에게 필요한 모든 능력을 펼쳐 보였다. 후반 26분 문전 좌측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키핑한 뒤 시도한 왼발 슈팅은 골문 구석으로 향했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아쉽게 막혔다.

서정원 감독은 김건희의 플레이에 대해 “동계 훈련 중 부상을 입어 훈련량이 부족해 걱정했는데도 잘 해줬다. 어린 선수가 시즌 첫 경기를 87분이나 소화했다. 그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호평했다.

김건희는 서정원 감독을 비롯한 동료와 선배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하라”고 얘기해줬다고 했다. 스스로 “자신감 있게 해서 좋았으나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당찬 프로 데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먼저 프로 선수로 자리 잡은 권창훈에 대해 “고교 시절에는 조언을 자주 해줬는데 프로에 왔더니 얘기를 안해준다. 혼자 더 잘하고 싶은가보다”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 권창훈이 이끄는 수원 유스, 전 포지션 걸쳐 ‘안정세’

권창훈은 수원 유스가 낳은 최고의 성공작으로 꼽힌다. 하세가와 겐타 감바 감독도 “기술적인 부분에서 스페셜했다. 한국 축구를 짊어질 젊은 인재”라고 호평했다. 김건희 보다 한 살 많은 권창훈은 김건희과 수원 유스 매탄고 시절 공격을 이끈 사이다. 권창훈은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워낙 능력 있는 선수라 내가 많은 얘기를 해주지는 않았다. 자기가 가진 것만 잘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교 시절 같이 뛰었던 선수들이 많다. 몇 년간 다른 팀에서 흩어져서 지내다 왔지만 워낙 많은 경기를 함께 했기에 대화를 통해 호흡은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앞으로 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며 유스 선수들이 중심이 된 상황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다.

전방 공격수 김건희 외에 지난 2015시즌 수원FC로 임대되어 승격을 이끈 미드필더 김종우도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어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유연한 공 운반 능력과 날카로운 스루패스, 강력한 슈팅을 뿌렸다. 전반 42분에 권창훈의 슈팅이 골대를 때렸는데, 후반 45분 골대를 또 한번 때린 주인공이 김종우였다.

공격진뿐 아니라 수비진도 유스 출신 선수들이 중심이 됐다. 센터백 조합을 이룬 연제민과 민상기는 서로 적절한 역할 분담으로 무실점 경기를 했다. 같은 철학으로, 팀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자란 유스 출신 선수들은 훌륭한 조직력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라인업에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안정된 경기를 한 배경에는 ‘유스’가 있었다.

이날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과 함께 경기를 관전한 박건하 대표팀 코치는 "오늘 경기를 보는 데 감회가 새롭더라"라고 말했다. 박건하 코치는 2009년과 2010년에 수원 유스팀 매탄고 감독을 맡았다. 당시 매탄고에 민상기, 연제민, 권창훈, 김종우, 은성수, 이종성 등 이날 경기 엔트리에 오른 선수들이 뛰었다. 박 코치는 "그때는 이 선수들이 다 프로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 성장한 것을 보니 감격스럽다. 오늘 정말 잘 뛰었다"며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이적 시장에서 조용했지만,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원은 유스 선수들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더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리빌딩을 진행 중이다. 위기라 말할 때가 기회다. 수원은 감바전에서 명확한 비전으로 우려를 극복했다.

사진=힌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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