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증명, 몸값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OSEN=서정환 기자] 공은 둥글다. 몸값 비싸다고 못 이길 선수는 없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24일 오후 8시 30분 중국 광저우 티안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0-0으로 비겼다. 포항은 원정에서 소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지난 시즌 우승팀 광저우는 아시아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부자구단이다. 광저우는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이었던 히카르두 굴라르(25)와 2020년까지 재계약을 맺었다. 약 54억 원이었던 연봉도 파격적으로 50% 올려줬다. 약 81억 원의 연봉을 받는 귀하신 몸이다.
이도 모자라 광저우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던 콜롬비아출신 공격수 잭슨 마르티네스(30)를 보강했다. 광저우는 그의 영입에 무려 557억 원의 이적료를 지불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마르티네스의 연봉은 무려 171억 원으로 AT시절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슈퍼팀의 엄청난 자본력에 스페인에서 뛰던 그도 마음을 돌렸다. 주장 정쯔를 비롯해 한국대표팀 수비수 김영권까지 버틴 광저우는 ‘아시아의 어벤져스’였다.
반면 포항의 비시즌은 차가웠다. 핵심전력 김승대(옌볜FC), 신진호(FC서울), 고무열(전북)이 차례로 팀을 떠났다. 제대로 된 영입은 공격수 양동현뿐이었다. 외국선수보강도 없었다. 라자르가 있지만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광저우전에서 라자르는 명단서 제외됐다. 포항의 최고연봉자는 6억 원을 받는 골키퍼 신화용이다. 포항 선수단 전체 몸값이 마르티네스 한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11 대 11로 뛰는 축구는 정직했다. 돈이 많다고 선수가 더 뛰는 것은 아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열심히 뛰는 선수 누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 두 명의 슈퍼스타도 중요하지만 조직력이 받쳐줘야 한다. 팀 포항은 유기적인 조직력으로 굴라르와 마르티네스의 슈팅찬스를 봉쇄했다. 적재적소에서 공간을 차지하고, 한 발 자국 더 뛰는 기동력으로 상대 맥을 끊었다. 최진철 감독이 보여준 포항의 색깔이었다.
신화용은 후반 23분 굴라르의 대포알 슈팅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K리그의 베테랑 골키퍼다운 노련미가 돋보였다. 포항은 광저우의 공세를 끝까지 잘 견뎌 승리만큼이나 값진 무승부를 얻었다. 특히 포항이 지켜낸 K리그의 자존심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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