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버거웠지만 문학 보는 새 시각 가져"
[경향신문] ㆍ‘뇌병변장애 1급’ 홍성훈씨, 성균관대 국문학과 졸업
“수업이 어려워 고통스러울 정도였지만 문학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습니다.” 뇌병변장애 1급을 이기고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는 홍성훈씨(25·사진)는 졸업식을 하루 앞둔 24일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홍씨는 중증장애를 안고 있어 말도 자유롭게 하기 어렵다. 지난 4년 대학생활 동안 손가락 하나로 노트북 키보드를 쳐서 주변 사람과 소통했다. 학교는 휠체어를 타고 오갔다.
“물론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은 특별한 존재죠. 하지만 그들에게 평범한 것이 장애인에겐 특별한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존중해주면서 차이를 인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몸은 조금 불편했지만 누구보다 문학을 사랑했고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서울 성산동 집에서 오전 7시에 나와 재활치료를 받고 등교해 문학 수업을 들었다.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시와 소설을 읽고 집에 와서는 글을 쓰다가 새벽에 잠들었다. 창작에도 재능을 보여 ‘파도’라는 시로 성대문학상에 당선됐다. 이 밖에 교내 교지편집위원회와 장애·비장애학생 통합동아리 등에서 활동했다.
홍씨는 현대문학을 계속 공부하기 위해 성균관대 대학원 국문학과에 진학한다. 대학원 입학시험을 준비하느라 지난해 2학기부터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에서 지낸 끝에, 반액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학자의 길을 꿈꾸는 홍씨는 “처음에는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책을 읽었지만 그러다 보니 어느새 책 속에서 내 얘기를 찾고 있었다”며 “대학원에서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소수자들에 관한 문학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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