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은 기자의 약 X-파일] 한미 46%와 유한 72%의 간극
[경향신문] 사상 최대 매출액 달성, 사상 최고액 기술수출. 한미약품이 제약업계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한미약품의 성과를 분석하고 조명하는 일이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끊임없이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다시 한미약품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46%라는 수치의 의미 때문이다.
지난해 한미약품 매출액은 1조3175억원으로 이중 기술료 비중은 39%, 5125억원이다. 한미약품의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을 떼놓고 순수 한미약품 매출에서 기술료가 차지하는 비중, 이 수치가 바로 46%다. 눈에 띄는 점은 내수시장에서의 제품매출은 2014년 4238억원에서 2015년 388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오히려 8%정도 떨어졌다. 내수보다는 글로벌시장에 목표를 두고 외형이 줄더라도 매년 꾸준히 매출의 20%를 R&D에 쏟아부으며 지독할 만큼 신약개발을 고집해온 결과다.
국내 제약업계는 그간 경쟁하듯 몸집 키우기에 집중해왔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다국적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계약이다.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신약판매권을 가져와 전사적인 영업을 통해 시장선두품목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미약품과 함께 나란히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유한양행은 코프로모션을 몸집 키우기에 이용한 대표적 예다. 유한양행은 도입품목을 포함한 상품매출이 전체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 도입품목은 즉, 남의 회사품목이다. 2014년 기준 유한양행의 상품매출비중은 72%였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1조 매출을 견인한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는 단일매출만 1000억원대다. ‘유한양행이 팔면 성공이 보장 된다’가 업계공식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막강한 영업력은 좋은 무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전략 없이 무기만으로 싸움을 이길 순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사례를 통해 나타난 코프로모션의 명암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웅제약이 보유했던 굵직한 제품들의 판매권이 한꺼번에 종근당으로 옮겨가면서 대웅제약은 2000억원 규모의 매출구멍이 생겼다.
매출의 72%를 상품매출에서 생산해내는 유한양행의 R&D투자비중이 업계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대웅제약의 절반도 안되는 6%수준이라는 점은 그래서 더 위태로워 보인다.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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