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기 출동 해경 "세월호 구조자, 선원이란 것 알았다"

입력 2016. 2. 24. 01:46 수정 2016. 2. 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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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특조위, 특검 요청 사유서에서 밝혀
“선원인 줄 몰랐다”는 기존진술과 달라
사실땐 ‘선원 책임 피하기’ 방조한 셈
‘해경 지휘부 업무상 과실’도 수사 요구
2차 청문회 다음달 29~30일 열기로

선장, 승무원으로 보이는 세월호 탑승자가 해경 구조선으로 탈출하는 모습. 서울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 구조에 나선 해양경찰 123정 승조원이 세월호 선원들을 구조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들이 선원인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선원인 줄 몰랐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는 것으로, 배의 구조를 잘 아는데다 승객 구호 의무가 있는 선원들이 배를 떠나는 걸 방치한 해경에 대해 특검 수사로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겨레>가 23일 입수한 ‘4·16 세월호 참사 초기 구조구난 작업의 적정성에 대한 진상규명 사건의 특별검사 수사를 위한 국회 의결 요청 사유서’를 보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조사 과정에서 세월호의 유리창을 깰 당시 선원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승조원의 진술을 확보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참사 당일 오전 10시6분께 123정이 선원들을 배에 태운 채 세월호에 접안해 유리창을 깨며 구조활동을 벌였는데, 이 가운데 한 승조원이 특조위 조사에서 “구조된 승객 가운데 스즈키복을 입은 사람이 선원이나 선박 관계자라는 것을 인지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특조위는 이에 “해경이 선원임을 알고도 구조했거나 해경 지휘부가 구조한 승객이 선원인 것을 알고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준석 세월호 선장처럼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경이 승객을 구호할 의무가 있는데다 배의 구조를 가장 잘 아는 선원들에게 승객 구조를 지시하거나 구조에 동참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면 해경에게 선원들의 범죄에 대한 방조범으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이준석 선장이 ‘승객을 구조하지 않고 방치하면 숨진다는 것을 알고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탈출한 것’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으로 인정했다.

또 사유서는 참사 초기 해경 지휘부가 소형 경비정인 123정을 현장지휘관으로 지정했지만, 승조원들은 이 사실조차 몰랐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임무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특조위는 해경 지휘부가 규정과 매뉴얼에 따라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은 것이 업무상 과실이며,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김경일 당시 123정장처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조위가 수사대상으로 삼은 것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참사 당시 본청·지방청 상황실 책임자 등이다. 법원은 김 정장에 대한 재판에서 “해경 지휘부도 공동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해경 지휘부가 참사 직후 검찰의 수사대상이 아니었던 건 아니다. 사유서를 보면,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2014년 5월29일 ‘해경 등 사고구조 관련 기관에 대한 수사 계획’에서 ‘수사사항(대상)’으로 “해경 지휘부의 사고 초기 골든타임 기간 지휘공백 및 구조상황 허위 보고·공포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석균 전 해경청장·김수현 전 서해청장은 각 1회씩만 참고인 조사를 하는 데 그쳤고, 김문홍 전 목포해양서장도 3번 조사하는 데 그쳤다. 검찰은 해경 관계자 가운데 김경일 123정장만 기소했는데, 이에 대해 특조위는 “검찰 스스로 제기한 의혹에 대하여 그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음에도 뚜렷한 이유나 설명은 제시하지 않은 채 해양경찰 각급 상황담당관 및 지휘부를 수사 및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조위가 수사권이 없는 탓에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조위는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사대상의 잦은 불출석으로 진술청취가 불가능한 점 △지휘부·구조세력과의 소통수단이었던 공용통신망 티아르에스(TRS) 녹취록은 최소 7가지가 존재하는데 강제수사를 할 수 없어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불가능한 점 △특조위가 국민안전처에 보낸 공문에 대해 안전처가 “정보활동 관련 보고서는 열람 뒤 파기하고 있어 별도 관리하고 있지 않음을 통보합니다”라고 회신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사유로 들었다. 특히, 특조위는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선원 4명에 대한 모바일포렌식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만, 대검은 “미보관(사유 불분명)”이라는 사유로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특조위는 “과태료 등 행정제재만으론 조사에 대한 실효성 확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검찰의 수사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견지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며 “독립적인 지위에서 범죄수사와 공소제기를 추진할 수 있는 특별검사가 수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국회에 접수된 특검임명 요청안은 22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접수됐다. 특검 임명안은 법사위 논의·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한편,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원인과 관련 법령·제도의 문제점을 규명할 ‘2차 청문회’를 새달 29~30일 열기로 확정하고, 청문회의 국회 개최 및 생중계를 요청하는 공문을 국회와 방송사 쪽에 보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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