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려면 한 손은 남을 위해 비울 줄 알아야"
[경향신문] ㆍ무료 식당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대표, ‘하루하루가…’ 펴내
단돈 300만원으로 시작한 노숙인을 위한 무료 식당 ‘민들레국수집’이 문을 연 지 13년이 지났다. 민들레국수집은 정부 지원도, 후원 조직도 없이 개인의 후원으로만 운영된다.
인천의 달동네인 동구 화수동 화도고개 꼭대기에 ‘민들레국수집’을 연 서영남 대표(63·사진)가 에세이집 <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샘터)를 펴냈다. 하루에 500명 이상의 배고픈 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민들레국수집의 하루하루가 그에게는 기적과도 같다.
서씨는 25년 동안 가톨릭 수사 생활을 했다. 2000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하느님의 뜻을 전하겠다는 생각으로 환속한 서씨는 2013년 ‘민들레국수집’을 열었다.
지금은 서씨가 뿌린 민들레 홀씨가 곳곳에 퍼져 민들레꿈 어린이공부방, 민들레꿈 어린이밥집, 민들레책들레 도서관, 민들레희망센터, 민들레 진료소, 민들레 가게가 생겨났다.
2014년에는 필리핀으로 건너가 나보타스, 말라본, 칼로오칸 세 곳에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을 열었다. 필리핀 다문화가족모임, 필리핀 엄마들을 위한 한글교실도 열고 있다.
서씨는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이 문을 연 뒤에는 한 달의 절반은 필리핀에서, 절반은 인천에서 보내고 있다.
서씨는 민들레국수집을 찾는 사람들을 ‘VIP’라고 부른다. 그는 “한 손으로 ‘옜다 먹어라’ 하는 대신 부족해도 정성스럽게 두 손으로 그릇을 받쳐 들고 ‘차린 것은 없지만 맛있게 드십시오’라고 할 때 가난한 이들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민들레국수집이 쉬는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아내, 딸과 함께 전국의 교도소 등으로 상담을 다니며 재소자들을 돕고 있다.
평생 나눔과 비움을 실천해온 서씨는 책에서 “행복을 위해 양손 가득 많은 것을 움켜쥘 수도 있지만, 한 손쯤은 남을 위해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며 “나누고 난 빈손엔 더 큰 행복이 채워진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따뜻한 손은 빈손”이라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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