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돋보기> '자기방임' 노인 급증.."우리가 돌봐드려야 할 차례"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크는 아이 나무라지 말아라. / 내가 걸어온 길이다. / 늙었다고 무시하지 말아라. / 네가 갈 길이다. / 인생을 살다보니까 / 몇 십년이 금방 가더라…"(네이버 아이디 '5969****')
자포자기 심정으로 스스로를 방치하는 노인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서는 노인에 대한 공경을 당부하거나 현 세태를 비판하는 등의 다양한 글들이 이어졌다.
네이버 아이디 'epoc****'는 "우리 어머님은 학대도 없고, 빈곤도 없지만, 자기방임 하는 듯한 말씀을 가끔 하시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주위 사람들 하나 둘 세상을 떠난다, 죽음이 늘 옆에 있는 거 같으니 두려움이 항상 엄습한다' 하시더라. 70대 이상 되면 기본적으로 우울증이 온다고 보면 된다. 백세인생만 논할 뿐, 죽음을 말하는 거 터부시하는 문화와 어디에서도 '죽음에 대한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게 참 아쉽다"고 경험담을 적었다.
같은 포털 이용자 'mrka****'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다시 아기가 된다고 하죠. 우리를 낳아주시고 피땀 흘려 길러주신 부모님들이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었지만 이제 우리가 돌봐드려야 할 차례라는 것을 잊지 말길"이라고 당부글을 올렸다.
누리꾼 'uthe****'는 "한 손에 막대를 잡고 또 한 손에 가시를 들고 / 늙는 길을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을 막대로 치려고 하였더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기사를 읽다보니 고려시대 우탁이 쓴 '탄로가'라는 시조가 생각이 나네요. 작은 절망/슬픔/외로움을 내려놓고 모두 건승하시길 바랍니다"라고 기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엄마 아빠를 키워주시고 낳아주신 분들한테 감사하고 돌봐드려야 할 것 같아요"('sjpa****'), "아들들아 반성하자. 너희도 언젠가 아버지가 되지 않겠냐"('baba****') 등과 같은 댓글도 달려 있다.
다음 아이디 '언제나초보'는 "없이 살았어도 온 가족이 모여서 지지고 볶고 하던 그때가 그래도 좋지 않았을까요? 물질이 풍족하다해도 더 물질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세대가 안타까울뿐"이라고, 네이버 네티즌 'ratm****'는 "우리 모두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갈수록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어지니"라고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23일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에 접수된 노인학대 사례는 274건으로, 이 가운데 자기방임 학대 사례가 103건으로 가장 많았다.
자기방임은 말 그대로 의식주나 의료 처치 등 최소한의 자기보호를 하지 않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으로, 자기방임 학대 사례에 해당하는 노인들은 스스로를 방치하다가 자살 등 극단적인 길로 접어드는 수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
aupf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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