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英 경제에 미칠 영향 '3가지 시나리오'
(서울=뉴스1) 이정호 기자 = 파이낸셜타임스가 100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영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75%가 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브렉시트가 영국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경제가 브렉시트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보다 9배나 많았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 영국 대외관계의 불확실성이 증폭돼 최소 수년간 투자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FT는 브렉시트로 인해 전개될 영국경제의 3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영국경제 활성화 ▲현상유지 ▲영국경제 악화 등이다.
1. 영국경제 활성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영국경제가 브렉시트로 인한 단기적 불안정을 피할 수 있으며 중기적으로도 영국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영국이 EU 탈퇴 후에도 EU와는 물론이고 미국, 인도, 중국, 일본, 호주와 같은 비EU국과 경제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영국은 EU에 무역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2014년 영국의 무역 절반 이상이 EU와 이뤄졌다. 영국이 EU가 아닌 다른 60개국과의 무역은 EU블록 협정에 의해 가로막혔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독자적인 번영을 실현하려면 그동안 기업을 제약했던 EU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패트릭 민포드 카디프 비지니스스쿨 교수는 "장기적으로 브렉시트는 영국경제 활성화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보호주의적 성격이 강했던 EU규제에서 해방되면서 영국의 경제이익에 부합하는 자유무역과 스마트한 규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U탈퇴를 주장하는 단체 '리브 EU'도 그동안 EU는 "글로벌 경제 성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시나리오가 설득력 없다고 주장한다. 워윅대학교의 닉 크래프트는 "자유로운 이동을 중단하는 동시에, 단일시장에는 잔류하면서, (EU의) 외부관세 완화를 한 번에 실행하는 것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영국이 단일시장에 남아 있으려면 EU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선 비EU국가인 노르웨이처럼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보다 완화된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비단 영국의 독자적인 통제에는 용이할 수 있겠지만 EU 안에 있을 때와 같은 수준의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FT는 브렉시트가 제3세계와의 무역 증대를 도울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또한 영국이 EU를 대체할 만한 시장을 찾을 수 있을지에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2. 불안정한 전환기 후 안정, 그 후 현상유지 두 번째 시나리오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경제가 잠시 혼란을 겪은 뒤 이내 안정을 되찾고 지금과 같은 경제수준을 유지한다는 전망이다. 다시말해 새로운 대외관계가 구축되더라도 EU에 잔류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즉 크게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전망은 EU가 영국경제 성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른 국가들과 독자적으로 관계를 정립함으로써 EU가 주던 혜택을 대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주요 경제 성장 요인인 투자, 경쟁, 혁신, 기업활동 등이 EU탈퇴 후에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EU블록 탈퇴는 불확실성을 높여 새로운 대외관계가 정립되기 전까지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시나리오를 주장하는 소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EU탈퇴 후 영국이 겪을 혼란은 적을 것이라 주장한다. 노르웨이와 스위스 같이 EU가입을 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의 경제 성장을 그 예로 들고 있다. 또한 영국은 EU탈퇴 후에도 EU와 긴밀한 무역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탈퇴 후에도 EU의 법률과 규제 상당 부분을 계속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브릿짓 로즈웰 볼테라파트너스 수석자문가는 "브렉시트가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브렉시트의 이점과 단점이 서로를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두 번째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전환기에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가 감소해 장기적인 성장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영국의 생산성도 함께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픈유럽의 라울 루파엘은 "해외직접투자 감소로 기술적 혜택도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설사 문제가 단기적이라 할지라도 문제해결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무역은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EU탈퇴로 촉발되는 혼란은 영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 경제 악화 이 시나리오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경제가 악화되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 추격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EU시장에서 영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하락 폭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것이 전문들의 중론이다. 또한 해외직접투자 유치는 줄어들고 이민자도 감소해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영국 무역이 EU밖에서 지금만큼의 혜택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애널리티컬리드리븐 컨설팅의 리베카 드라이버는 "자유무역을 단일시장과 견줄 수 없다"며 "결국 원산지규정을 따르게 될 것인데 이는 중소기업들에 치명적이다"고 주장했다.
오픈유럽의 라울 루파엘도 "EU와의 인적교류 축소는 결국 숙련 노동인구의 유입을 감소시켜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클 사운더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가 영국경제에 가져올 3가지 충격을 경고했다. ▲비즈니스·금융 서비스의 EU시장 접근 제한으로 수출 악화 ▲이민자 유입 감소로 인한 성장둔화·소비지출 감소 ▲불안정성 증대로 인한 투자 증가율 둔화 등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EU상품 수요의 큰 부분을 영국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영국은 EU와 비교적 쉽게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다른 국가들과도 민첩하게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FT는 브렉시트의 단기, 중기적 위험을 쉽게 도출해낼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손익분석까지 그리 쉬운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판단을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과 번영이란 것이 오로지 무역 하나의 동력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j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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