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국회의원 비난,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하늬 기자 2016. 2. 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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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리기사 폭행 ‘무죄’,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화만 해도 경찰 고위층과 통화한다고”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4년 ‘갑질’의 상징적인 인물로 선정됐다. 당시 조선일보는 “갑질한 사람들, 우릴 부끄럽게 한 정치 법조 기업 지도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현 의원, ‘땅콩회항’ 논란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 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걸린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등을 갑질의 상징으로 꼽았다.

당시 기준으로 ‘김현 대리기사 폭행’으로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3600건 이상의 기사가 나온다. 김 의원의 '명함 뺏어' 라는 말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과 대리기사 간의 시비가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대리기사와 행인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 등의 반말을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김 의원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 “반말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뭔가 잘못하긴 했나보네” 당시 주변 반응이 모두 이랬다. 쏟아지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을 깨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5일 김 의원에 대해 폭행가담 여부, ‘명함 뺏어’ 라는 지시 여부, 행인에 대한 공동폭행 혐의, 대리기사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어머 이것 좀 보세요. 통통하던 애가 이렇게 볼이 쏙 들어갔네.”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자신의 이전 명함 사진과 최근 명함 사진을 보여주며 웃으며 말했다. 김 의원은 인터뷰 내내 언성을 높이거나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당시 6킬로그램이 빠졌다고 말했다. 왜 당시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는지,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안산시 단원갑을 지역구로 정했는지 등을 물었다. 

▲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하나라도 유죄였다면 불출마 선언 했을 것”

-1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예상했나?
“솔직히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폭행에 가담한 적이 없고 반말 역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도 않은 것에 대해 증거가 나올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재판결과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긴장했다. 만약 어느 것 하나라도 유죄가 나온다면 불출마를 선언하려고 했다. 폭행은 가담하지 않았지만 업무방해가 인정된다면 그 사건 자체는 유죄가 되기 때문에.”

-왜 당시에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나?
“고민이 많았다. 대응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나 혼자만의 사건이라면 단호하게 대응했을 것이다. 그런데 함께 연루된 사건이다 보니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던 측면이 있다. 그리고 당시에는 어떤 말을 해도 왜곡됐을 것이다.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폭행하지 않았다. 반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면, ‘아직 정신 못 차린 김현’. ‘변명 일삼는 김현’ 이렇게 보도되지 않았을까?(웃음)”


-당시 언론에서 엄청나게 보도됐다. 힘들지 않았나?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루 이틀 기사 나오고 말겠지 했는데 점점 심해졌다. 40여일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종편에 노출됐다. 세월호 유가족을 두고 큰 그물이 쳐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에는 너무 신경을 쓰여서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6킬로그램이 빠졌고 딸 아이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1년 동안 생리를 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갔다.”

-기억나는 보도가 있나?
“당시 찍힌 영상을 보면 제가 전화 통화하는 장면이 있다. 그걸 두고 일부 언론에서 ‘경찰 고위층과 통화하는 김현’ 이런 식으로 보도했다. 제가 경찰 고위층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당시 저는 수행비서와 통화중이었다. 당시 통화기록을 떼서 해당 언론사에 보냈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기사를 썼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내가 안 했다고 하면, 유가족을 지목해야 하는 상황”

함께 연루된 사건이다 보니 조심스러웠다는 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김 의원이 대리기사에 했다는 “내가 누군지 알아?”와 “명함 뺏어”라는 말이다. 이 말만 하지 않았다고 하면 해결될 일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판결문을 보면 제가 아닌 누군가가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당시 제가 해명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했다고 지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유가족은 저보다 더 힘든 사람이고 이미 엄청난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우발적인 사건을 두고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판결문을 보면 당시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 대리기사가 김 의원에게 했던 말이 대표적이다. 상황 설명을 해달라.
“대리기사는 제가 부른 게 아니다. 유가족들이 불렀는데 대리기사는 차량 주인이 아닌 제게 자동차 키를 돌려주며 ‘정치하는 것들이, 어휴 말 많네’라고 말했다. 제가 놀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냐’ 라고 말했고 추가요금을 지급할 테니 운전을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아 그럼 다른 분을 부를 테니 회사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것도 갑질이라고 보도됐다.”

-당시 김 의원은 ‘폭행 행위를 보지 못했다’고도 말했는데 CCTV영상을 보면 김 의원이 있다. 언론에는 ‘거짓말 들통’ 이라고 보도됐다. 솔직히 폭행을 보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맥락이 생략돼서 그렇다. 먼저 대리기사-유가족간 폭행이다. 저는 당시에 대리운전 회사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1~2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다 대리기사가 행인에게 제 명함을 주며 ‘인터넷에 올려달라’고 한 거다. 직후에 저는 명함을 받은 행인을 따라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CCTV에도 제가 한 남성을 쫓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는 사이에 유가족-행인들의 시비가 벌어졌다. 제가 그 현장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폭행의 순간에는 몇미터씩 떨어져있었다. 이게 몇 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 김현 의원은 지난해 7월 안산시 단원구 갑에 지역 사무실을 열었다. 사진=김현 의원 블로그
굳이 단원갑으로 가야했냐고? “가야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 정도가 지나자 김 의원에 대한 보도는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6월과 7월 즈음 다시 보도가 나왔다. 김 의원이 안산 단원갑을 지역구로 정했다는 것이었다. “지역구 나가려고 세월호 열심히 했네”라는 논란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괜히 트집잡힐 거리를 제공하지 말라”는 의견이 나왔다. 

-10개월 정도 지나서 안산시 단원갑을 지역구로 정해 논란이 됐다. 예상하지 못했나?
“사실 세월호 이전에 안산을 염두에 두고는 있었다. 수도권에 여성 의원이 없는 지역이 안양하고 안산이다. 안양은 정말 연고가 없는 곳이고 그나마 안산은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가 있다. 그리고 토박이들 보다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고 있는 신흥도시라서 정착하기 쉽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세월호와 떨어뜨려서 생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안산시 중에서도 단원갑을 선택했다.
“한번 눈 뜬 장님은 다시는 눈을 감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세월호 가족들을 옆에서 지켜 본 사람으로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모른 척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세월호 가족들에게도 함께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안산에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의원 중에 하나가 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가 단원갑이 아닌 다른 지역을 간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안산 단원갑에는 세월호 가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다. 
“세월호의 아픔이 가족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던 친구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 모두 연결돼 있다. 이 아픔이 치유되지 않으면 경제도 살아나지 않는다. 치유의 과정이 경제의 문제나 안산시 분위기 문제와 모두 연결돼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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