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폰 대공습]⑥ 보급폰 강화하는 삼성·LG..고가폰은 '차별화로 승부'

전준범 기자 2016. 2. 23. 1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제공
조선일보DB
블룸버그 제공
삼성전자의 2016년형 ‘갤럭시A5’와 ‘갤럭시A7’ / 삼성전자 제공
애플이 2013년 보급형 모델로 출시한 ‘아이폰5C’ / 블룸버그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S7’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정용창 기자
LG전자 G5에 캠플러스 모듈을 부착한 모습. 캠플러스 상단에는 셔터 버튼, 줌인·줌아웃 휠, 캠코더 버튼이 탑재돼 있어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도 한 손으로 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다. / 정용창 기자

“삼성전자는 2015년 3분기에 200달러 미만 저가폰을 3200만대가량 출하했습니다. 총 출하량인 8400만대의 38%에 해당하는 수치죠. 1년 전인 2014년 3분기에 200달러 미만 제품의 출하 비중이 10%를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셈입니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계에서 15년 넘게 일했다는 한 엔지니어는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변화 요인으로 중저가폰 시장의 확대를 꼽았다. 이는 2015년 11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BGR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인용해 밝힌 내용과 일치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러시’ 시리즈로 전세계 대부분의 휴대폰 시장에서 1위(판매량 기준)에 올라있다. 삼성전자의 저가폰 생산 비중이 불과 1년 사이에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이 스마트폰 시장에 던지는 의미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프리미엄 G시리즈를 전략 스마트폰으로 내세운 LG전자도 중저가폰 생산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애플은 아직 고가 제품인 아이폰을 고집하고 있지만 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란 소문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190달러 이하 저가폰 비중은 2013년 49%에서 2015년 68%로 상승했다. 한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2015년 3분기 전체 판매량의 21.5%에 그쳤던 국내 중저가폰 판매 비중은 2015년 3분기 34%로 급증했다.

◆ 흔들리는 갤럭시 왕국

고가폰 중심의 판매 전략을 구사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허겁지겁 중저가폰 라인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화웨이, 샤오미, ZTE 등 중국 제조사들이 우수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자랑하는 중저가폰들을 쏟아내면서 고가폰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는 지난해 11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진영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005930)가 더 이상 경쟁사를 압도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삼성이 ‘혁신기업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혁신기업의 딜레마는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이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후발기업에 시장지배력을 빼앗기는 현상을 말한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997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벤 바자란(Ben Bajarin)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 연구원은 “초기 혁신기업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앞세운 후발주자의 방해를 받게 된다”면서 “600달러가 넘는 삼성전자의 고가 스마트폰 역시 200~400달러대 중저가 스마트폰들의 출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은 지난해 4분기 2조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2조4000억원)에 비해 0.17% 감소한 것이다. 연간으로는 2014년의 영업이익보다 4.42% 줄었다. IM 부문 영업이익은 2013년 3분기 6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조정과 중저가폰 판매 비중의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휴대폰 평균 판매 단가(ASP)는 180달러로 직전 분기의 220달러보다 18% 하락했다.

◆ 실적 부진한 LG…아이폰 판매 더딘 애플

LG전자(066570)의 상황은 삼성전자보다 더 절박하다. LG전자는 2015년 4월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G4’가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뒤 과거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해 10월 프리미엄 스마트폰 ‘V10’을 구원투수로 등장시켰지만 스마트폰 실적은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G4를 출시한 2015년 2분기 고작 2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긴 데 이어 3분기에는 사정이 더 악화돼 7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해 4분기에는 V10을 출시하고도 43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영업 이익률은 2008년 11%까지 올라간 바 있다. 이때가 유일하게 삼성전자보다 수익성이 더 좋았던 시기다. LG전자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009년 9.7%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3.8%까지 추락했다.

막강한 충성 고객층을 자랑하는 애플 역시 ‘혹독한’ 2016년을 예약해둔 상태다. 애플은 2015년 4분기에 748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이는 애플의 분기 사상 최다 판매량이었지만 2014년 4분기 판매량인 7450만대보다 30만대(증가율 0.45) 남짓 늘어난 것이어서 아이폰의 성장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월 26일(현지시각) “올해 회사 매출이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쿡 CEO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다음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의 주가는 전날보다 7% 내린 92.9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1년 전보다 30% 내린 수준으로 2014년 7월 이래 최저치였다. 급기야 애플은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에 시가총액 1위의 자리를 내줬다. 2월 1일 기준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5700억달러(701조9550억원)로 애플의 5350억달러(658조8525억원)보다 350억달러 앞섰다.

증권사 파이퍼 제프레이의 진 먼스터(Gene Munster)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5000만~5200만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100만대보다 약 1000만대 정도 적게 팔린다는 것이다. 이를 인정이라도 하듯 애플은 2016년 1분기 매출 전망치를 2015년 4분기 매출액인 759억달러보다 200억달러 이상 낮춘 500억~530억달러로 제시했다.

◆ 고급기능 탑재한 중저가폰…신흥국 진출 강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다양한 종류의 중저가폰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과거 프리미엄 모델에만 탑재되던 고급 기능을 중저가폰에 도입하는 식으로 보급폰의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휴대폰 보급률이 낮은 신흥국에 대한 진출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월 출시한 2016년형 ‘갤럭시A5’와 ‘갤럭시A7’에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 모델에만 적용하던 삼성페이와 지문 인식 기능을 추가했다. 이전까지 삼성페이 서비스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갤럭시 노트5 등 일부 고가 모델에서만 제공됐다.

삼성전자는 1월 28일 진행된 2015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국과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통해 삼성페이가 스마트폰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올해 삼성페이 도입 국가를 영국, 스페인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균 삼성전자 IM 부문장(사장)도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중저가폰과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모델을 점점 늘리겠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보급형 스마트폰의 프리미엄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가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 개막 하루 전인 2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한 보급형 스마트폰 ‘X 캠’과 ‘X 스크린’이 대표적이다.

두 제품에는 각각 듀얼 카메라와 세컨드 스크린 기능이 장착됐다. 둘 다 LG전자가 2015년 10월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V10’에 탑재됐던 기능이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X시리즈는 프리미엄 모델의 고급 기능을 적용한 보급형 라인업”이라고 소개했다.

신흥국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5년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5.7%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J2’가 인도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킨 결과다. 삼성전자는 2015년 3분기 나이지리아,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터키 등 스마트폰 신흥시장 15개국 가운데 14개국에서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3년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5C’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애플이 2016년 출시를 목표로 두 번째 보급형 모델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15년 11월 크레디트스위스 은행과 대만 증권사 KGI시큐리티 등의 주장을 인용해 “애플이 내년(2016년) 출시를 목표로 ‘아이폰6C’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이 개발 중인 아이폰6C는 2016년 상반기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밍치궈(Ming-Chi Kuo) KGI시큐리티 연구원은 “아이폰6C는 아이폰5S처럼 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포기할 수 없는 고가폰 시장”…차별화로 승부수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중저가폰 모델을 늘린다고 해서 프리미엄 모델 개발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MWC 2016에서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전략 제품으로 내세웠다. 무엇보다 가상현실(VR) 등 경쟁사 제품과의 차별점을 부각한 것이 눈에 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됐다는 이유로 중저가폰 시장에 집중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정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죽었다면 당장 애플부터 시장에서 발을 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 시리즈와 함께 VR을 MWC 2016의 주력 키워드로 내세웠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360도 카메라 ‘기어360’은 누구나 쉽게 360도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사용자가 기어360으로 촬영한 콘텐츠는 전용 헤드셋인 기어VR을 스마트폰에 연결해 감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VR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CEO를 언팩 행사에 깜짝 등장시키기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삼성전자가 가상현실 콘텐츠를 지원하는 최상의 기기를 제공해 준다면, 페이스북과 오큘러스는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G5’를 공개했다. G5는 스마트폰 하단부에 있는 기본 모듈을 서랍처럼 당겨서 분리한 다음 사용자가 원하는 주변 기기를 장착해 쓸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LG전자는 G5에 연결해 쓸 수 있는 주변 기기 8종을 함께 공개했다.

예를 들어 ‘LG 캠플러스’는 아날로그식 카메라를 이용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립 모듈이다. 사용자는 LG 캠플러스를 G5에 연결한 뒤 디지털카메라처럼 기기를 쥐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가죽 느낌의 소재를 사용해 미끄러지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그립감을 제공한다.

‘LG 하이파이 플러스’는 세계적인 오디오기업 ‘뱅앤올룹슨’과 협력해 개발한 오디오 모듈이다. 32비트·384킬로헤르츠(kHz)로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폰 중 최상위 오디오 기능이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수익성을 위해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원격진료, 간편결제 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과 연계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