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부족 인증?'..가상현실, '나홀로' 굴레 벗나
페이스북 '소셜 VR' 전담팀 신설…다수 참여하는 VR 경험 개발 초점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1995년 일본 닌텐도사가 '가상현실 그래픽'을 내세운 새 가정용 게임기 '버추얼 보이'를 내놨다. 요즘 흔히 보는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HMD)를 1990년대에 도입한 파격적 제품이었는데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죄(?)인지 금세 망했다. 왜 버추얼 보이가 시장의 외면을 받았는지에는 여러 설명이 있지만 한 개발자는 이 기기의 '최대 단점'을 다음처럼 꼬집었다. "제품의 본질이 반사회적(anti-social)이었다."
게임을 하려고 디스플레이를 쓰는 순간부터 사용자는 바깥세상에 귀를 막고 친구 등 다른 사람과 대화 등 소통은 못 하게 된다. 가상현실에 빠져들수록 '사회성이 없고 나 혼자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괴짜'라는 낙인이 찍히기 쉽다. 대중 상품이 되기에는 '외톨이의 그림자'가 너무 어둡다는 얘기다.
이런 반사회성은 20년이 지난 현재도 가상현실(VR) 기기의 결정적 단점으로 꼽힌다. TV와 달리 VR은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기 어렵다. 구글 카드보드 등 VR 기기를 써보는 이는 주변에서 '혼자서 킥킥대고 손을 휘젓는데 왜 그러는 건지 이상하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VR 기기를 머리에 쓰는 것은 신기하고도 외로운 경험이다.
2014년 VR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하며 세계적인 VR 전도사가 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에게도 이 문제는 익숙한 고민이다.
이런 그가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의 갤럭시S7 공개 행사에 깜짝 등장해 "VR은 가장 사회적인 플랫폼"이라고 강조한 것은 예사롭지가 않다. 세계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VR의 반사회성을 넘어서고자 '전면전'을 선포한 것처럼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페이스북은 같은 날 자사 보도자료를 통해 '소셜 VR팀'을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VR 동영상을 사진이나 스마트폰 영상처럼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장(場)으로 만들지를 고민하는 팀으로, VR로 인간관계를 넓히는 소셜 앱(스마트폰 등에 깔아 쓰는 응용프로그램)도 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의 기본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참여해 즐기는 '다중 플레이 게임'에서 빌려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셜 VR팀을 이끄는 총책임자 2명은 모두 작년 12월까지 게임 업계에서 일했던 중역이다.
이 중 대니얼 제임스는 여러 명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인 '퍼즐 해적'(Puzzle Pirates)을 만든 개발자이며, 또 다른 책임자 마이크 부스는 박진감 넘치는 협업으로 유명한 좀비 게임 '레프트 포 데드'(Left 4 Dead) 제작에 참여했다. 저커버그가 최근 언급한 '캠프파이어를 즐기고 회의를 하는' 등 사회적 VR 경험을 동료 플레이어와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들 공산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소셜 VR 연구가 단기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VR이 아직 대중이 낯설어하는 기술인데다 VR로 소통을 한다는 경험은 일부 SF 소설에서나 나오는 막연한 얘기라 실험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나마 VR 연구가 많이 이뤄진 게임 산업에서도 VR의 저변을 넓히는 것에 대해 비관론이 많다. 외골수 경향이 강한 '하드코어' 고객을 노린 고가 게임으로는 당장 VR이 유리해도 가벼운 게임을 즐기는 일반인까지 VR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저커버그의 도전이 단기 실적을 노린 것 같진 않다. 작년 3월부터 VR의 초기 형태인 '360도 비디오'(360도 방향으로 촬영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영상)를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게 해 사람들이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등 장기적 조처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360도 비디오는 지금껏 2만여건이 페이스북에 올라왔고 매일 수백 건씩 수가 느는 등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저커버그는 이번달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페이스북 본사를 방문하자 그와 함께 VR로 '무중력 탁구' 게임을 하는 등 개인적으로 '함께 즐기는 VR'의 홍보에 열심이다.
소셜 VR의 목표가 'VR의 첫 대박' 이상일 수도 있다. 11살 때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주요 방식으로 VR을 떠올린 이후 'VR이 차세대 컴퓨터 환경'이라는 것이 저커버그의 일관된 신념이다.
이에 따라 2005년 구글이 '미래는 모바일'이란 폭탄선언과 함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업체인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거액을 쏟아부은 것처럼, 페이스북도 미래 컴퓨터 유행을 선도하는 차원에서 소셜 VR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란 예측도 외신 사이에서 나온다.
미국 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21일자 기사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할 당시(2005년)에도 그 결정의 천재성은 바로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았다. 안드로이드가 (제 가치를 입증할 때까지) 성숙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VR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tae@yna.co.kr
- ☞ 식판으로 아이 때린 어린이집 교사 벌금 300만원
- ☞ 발기부전제, 수영선수·잠수부 목숨도 살린다
- ☞ 단속카메라도 감쪽같이 속인 '6만원'짜리 위조 번호판
- ☞ "만나주지 않는다" 애인 납치 감금한 50대
- ☞ 조폭이 태국 기술자 고용해 '불법 문신시술' 영업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위증교사' 재판받던 전북교육감 처남,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종합) | 연합뉴스
- 통일교, 한학자 총재 주례로 90개국 남녀 5천쌍 합동결혼식 실시 | 연합뉴스
- 13시간 만에 생환…호미로 땅 파고 철근 10㎝씩 잘라 극적 구조 | 연합뉴스
- 실수로 건 전화 한 통에 27번 '따르릉'…협박까지 한 40대 실형 | 연합뉴스
- 제주 고교 교사 "4·3 유전자" 발언 논란에 학교 측 "깊이 사과" | 연합뉴스
-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 '헤드록'하고 집까지 들어간 공무원 | 연합뉴스
- [샷!] "일부러 조금 만드나"…'띠부씰' 감질나네 | 연합뉴스
- 스쿨존 아닌데 엉뚱하게 '민식이법' 적용…법원 "치상죄만 유죄" | 연합뉴스
- 경찰, 편의점서 전처 살해한 30대에 '보복범죄' 혐의 적용 송치 | 연합뉴스
- 상관인 장교 폭행하고 욕설한 부사관…하극상 20대 징역형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