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 아직 나와 승부 논할 수준 안돼"(일문일답)
이 자리는 '이세돌-알파고' 대국 관련 세부 진행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로, 브리핑에는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와 이세돌 9단이 참석했다. 또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영국 런던에서 화상 통화를 통해 함께했다.
다음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이하 이)과 데미스 하사비스 CEO(이하 데미스)가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소감.
이 = 굉장히 쑥스럽다.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이다. 일단 승패를 떠나서 바둑 역사, 혹은 바둑계 떠나 인공지능의 출발점 아닌가 싶은 역사적인 순간에 제가 선택받은 것을 굉장히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일단 승부를 예측해 본다면 (지난해) 10월에 판후이 2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그다지 (알파고가) 저한테 승부를 하자고 논할 정도의 기력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으니 아무래도 그때보다 실력적으로 많이 올라왔으리라 본다. 방심은 하지 않겠다. 그래도 시간적 한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제가 이길 거라 생각한다. 제 생각에는 3대 2 이런 승부는 아니고, 한판을 지느냐, 4대 1이냐, 5대 0이냐 이렇게 예측한다.
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인간과의 대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렵다. 가상으로 대국으로 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그럴 수 없지만 잠들기 전 한두 시간 정도 컴퓨터와 대국하는 걸 가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이긴다는 것은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10월 달 대국은 저와 승부를 논할 정도는 아니었다. 4~5개월 넘는 시간동안 많이 업데이트 됐겠지만, 저와 승부하기엔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보인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계속 계속 발전한다 치면 1~2년 후에는 알 수 없는 승부가 되리라 본다. 인간과의 대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렵다.
▶ 혼자 컴퓨터와 연습하는 거랑, 알파고는 다를 텐데. 그리고 알파고는 프로로 치면 몇 단 정도 된다고 보는지.
이= 알파고의 대국을 5판, 혹은 경로를 통해 몇 판 더 봤다. 그것에 맞춰 가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지금 알파고의 기력은 선 정도에서 왔다 갔다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구글에 묻는다. 대국에 맞춰 한국에 컴퓨터가 오는 건지, 모니터만 영국과 연결을 연결하는 건지. 또 심판이랑 알파고 대역이 필요할 텐데.
데미스 = 대국 동안 알파고는 구글 클라우드상에서 돌리게 될 것이다. 실제로 서버는 미국 중서부에 있다. 빠른 속도 커넥션을 호텔 측에 연결할 것이다. 서울에서 실질적으로 이세돌과 자리에 함께할 사람은 모니터상으로 모니터 두는 수가 나오고, 그걸 아서 황이라는 사람이다. 알파고 리드 프로그래머이며 아마추어 6단이다. 대국 환경에도 익숙하고, 알파고 다루는 데도 익숙한 사람이다.
데미스 =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정하고 준비하는 이유는, 이 대국이 워낙 역사적 대국이 될 거라 보기에, 전설적이고 역사적 봐서도 최고 수준임이 오랜 기간 인정되고 입증된 이세돌 9단을 선정하게 됐다. 가장 적절한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 한국에서 대결을 펼치는데 중국룰로 대국하는 이유는. 또한 지금 정해진 제한 시간과 초읽기는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됐나.
데미스 = 알파고 프로그램이 지난 18개월간 개발, 훈련한 기본 규칙이 중국 쪽 규칙이라, 갑자기 한국 규칙을 정하고 따라잡기엔 무리가 있어 이 9단과 협의해서 결정했다. 시간도 이 9단과 합의했다.
▶ 알파고에 약점이 있다면.
데미스 = 몇 가지 약점이 있긴 하지만, 대국 열리기 전인 지금 말하긴 어렵다. 대국 이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첨언을 하자면,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이세돌 9단과 대국하고 싶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알파고는 우리가 부여한 임무에 대해서는 잘 대응해왔다. 이제 우리 팀에서 승부하기엔 알파고 수준이 높다. 더이상 유효한 대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를 이기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우리도 제대로 평가를 하기 위해 최고급과 대결하고 싶었다.
▶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을 쉽게 설명 부탁한다.
데미스 = 바둑은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무작위 대입방식으로 계속 처리해서 승리하기는 어렵다. 전 세계 가장 큰 규모의 슈퍼컴퓨터가 있다 할지라도, 앞으로 더 나아진다고 할지라도 바둑은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바둑에서 둘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최대한으로 펼쳐본다고 생각했을 때, 알파고는 2개의 신경계를 활용해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먼저 첫 신경계인 폴리시 네트워크를 사용해 어떻게 두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지 제안을 한다. 이후 탐색 트리가 추려진다. 그러면 두 번째 신경계인 벨류 네트워크에서 흑과 백 양 쪽에게 얼마나 좋은 수가 되는지 알려준다. 그걸로 전체적인 탐색의 깊이를 줄여나간다.
일례로 비교하자면 체스의 '딥블루'는 한 번 결정을 할 때마다 2억 개의 경우의 수를 살펴봤다. 알파고는 한 수를 두기 전에 10만 개만 평가하게 돼 있다. 사실 10만은 사람이 두는 경우의 수 1000개 미만보다 많지만 컴퓨터로 보면 훨씬 더 많이 추려진 것이다. 컴퓨터 프로세싱 시간동안 신경계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 설득 그런 건 없었다. 솔직히 알파고 자체가 궁금했고, 그렇게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 필요치 않았다. 5분정도 생각했나. 설득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
▶ 물리적인 환경이 어떤 식으로 결정됐는지 궁금하다. 대국에 임하는 데는 방의 환경이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 같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면 그런 부분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체스에서도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 = 맞다. 사실 이번에는 자신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지 않았다. 앞으로 더 발전해 제대로 된 승부로 다가온다면 (그러한 부분에도) 준비하고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데미스 = 포시즌스호텔은 서울에 있는 호텔 가운데 특히 우수하다. 또 자연광이 많이 들어오는 좋은 방으로 일부러 마련했다. 최대한 인간 전문 기사들끼리 대국하는 환경과 유사하도록 노력을 했다. 절대적으로 조용한 환경에서 대국할 수 있도록 했다.
챌린지 우승자에게는 미화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며, 알파고가 승리하는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덤은 선착 효과로 두는 흑이 유리해 백에게 보상해주는 규칙이다.
시간 규정은 두 기사가 제한 시간 2시간을 각각 갖게 되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이후에는 1분 초읽기 3회씩이 주어져 각 대국 시간은 4~5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경기는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또한 국내에서는 바둑TV를 통해,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TV를 통해 생중계 될 예정이다.
대국은 영어와 한국어로 공식 해설이 이루어진다. 유일한 서양 프로 바둑기사 마이클 레드먼드가 영어 해설을 맡고, 한국어 해설은 유창혁 9단, 심성룡 9단, 이현욱 8단이 순차적으로 담당한다.
대국 일정
1국 : 3월 9일, 오후 1시
2국 : 3월 10일 오후 1시
3국 : 3월 12일 오후 1시
4국 : 3월 13일 오후 1시
5국 : 3월 15일 오후 1시
[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yooy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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