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업종 빼고 돈되는 사업부터 버려라'..JY式 선택과 집중

이진철 2016. 2. 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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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삼성' 이재용 체제 사업재편'전자 위기' 확산 우려 선제적 대응전자에 의존한 제일기획 매각 추진실용 앞세워 핵심사업 역량 집중그룹 계열사 지배력도 확대 강화일부 '사기 저하로 부작용' 걱정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삼성그룹의 계열사 사업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계열사 매각과 합병 등을 통해 ‘뉴 삼성’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시작된 후 삼성의 사업재편은 후계구도에 중점을 뒀다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광고계열사 제일기획(030000)의 매각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미래 신사업이라는 ‘두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1일 “지난해부터 계열사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단순히 후계구도 문제가 아니라 다가올 위기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라며 “전자의 위기가 삼성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사업재편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 전자 스마트폰 실적부진 계기, 계열사 독자생존 강화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은 삼성전자(005930)를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자리잡도록 했고, 다른 계열사들의 성장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른바 ‘잘나가는 맏형 덕분에 동생들도 덕을 봤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실적이 위기를 맞으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더이상 맏형에 기댄 사업구조로는 동생들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연도별 실적(단위: 조원)
실제로 지배구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일기획의 매각추진은 당장은 이익이 나더라도 미래를 위해서는 과감히 사업재편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이재용식 ‘선택과 집중’ 전략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제일기획은 국내 광고업계 1위로 지난해 127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정도의 알짜 계열사 중 하나다. 하지만 매출의 70%를 삼성전자에 의존한다는 것은 그동안 아킬레스건이었다. 스마트폰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세가 멈췄다는 점은 제일기획에게도 곧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일기획의 대주주는 삼성물산(지분율 12.64%), 삼성전자(12.6%), 삼성카드(3.04%), 삼성생명(0.16%) 등 삼성계열사가 28.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구조상 매각 또는 합작 등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 협력방안 모색으로 제일기획이 선제적 위기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 방산·화학부문 과감히 정리.. ‘실용주의’ 경영철학 군살빼기

삼성이 방산·화학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전격적으로 매각을 단행한 것은 앞으로 ‘전자-금융-바이오’ 3대 축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방산사업은 삼성의 전체 사업비중에서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해외에서 마케팅을 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례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삼성이 ‘무기’를 만드는 회사라며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있었다. 화학계열사들도 전통적인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혁신보다는 글로벌 경기상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선포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슬로건의 ‘신경영’을 선포한 이후 삼성은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1등 주의에 집중했다.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은 ‘황제경영’이라는 일부 비판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이 매출 380조원과 임직원 50만명의 글로벌 기업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거두게 됐다.

이 회장이 와병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부진을 비롯해 건설 계열사의 부실로 위기를 맞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 부회장은 부친과 달리 평소 ‘실용주의’ 철학을 경영에 접목해 비대해진 조직을 재정비해 효율성도 극대화하는 작업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체제에서 갑작스러운 계열사 매각발표와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주의를 강화해 긴장감을 높이는 시도는 내부 조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자질입증으로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성”이라며 “최근 삼성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통한 위기대응도 승계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 사업재편 삼남매 후계구도에 영향..이 부회장 지배력 강화

경영전면에 나선 지 3년차에 들어선 이 부회장은 선단식 경영보다는 실용주의를 앞세워 핵심사업의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전방위적인 계열사 재편으로 그동안 알려져온 ‘이 부회장은 전자·금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호텔·유통,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광고’라는 삼남매의 후계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서 경영리더십을 발휘한 이부진 사장은 최근 별다른 대외활동이 없는 상황이고, 이서현 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총괄하면서 사실상 제일기획 경영에서 손을 뗐다.

반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성공적인 합병성사 이후 통합 삼성물산(028260)의 대주주로서 삼성전자는 물론 바이오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실패를 대비해 이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지분 일부를 팔아 마련한 3000억원의 자금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 지분 추가매입 등 계열사 지배력을 확대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삼성생명 주식 12만주를 취득해 주요 주주에 등재되며 금융계열사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도 이미 시작했다. 대부분의 금융 계열사를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최근 삼성카드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1~2년 내 지주회사 전환 등 후계구도와 신사업을 위한 지배구조 변화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철 (che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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