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사드 공포'..中경제보복때 관련주 위험 보고서 잇따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싸고 한·중 간 긴장관계가 유지되면서 증권가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사드 배치가 주식시장에 미칠 파장을 분석한 보고서가 지난주에만 3개 발표됐다. 현실화할 경우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고한 내용으로 시장은 벌써 사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리스크 요인로 간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증권은 지난 18일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의 불편한 동침'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경제 보복에 대한 염려가 커지는 시기"라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중 갈등이 완화되기 전까지 국내 중국 관련주의 단기적인 마찰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화장품, 유아용품, 여행·레저 등 소비주부터 전기차 관련주에 이르기까지 중국 시장에서 성장성이 돋보이는 한국 기업이 중국의 제재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지난 16일 '한반도 내 사드 배치와 중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이라는 보고서에서 "증권시장에서 한반도 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염려하는 것은 바로 중국의 무역 보복조치"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를 자국의 '핵심적 이익'으로 간주하고 보복에 나설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도 "가뜩이나 중국 외환시장 불안 영향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계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 이탈 속도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11월 168억원에 불과했던 중국계 자금 순매도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5885억원, 4762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는 점도 이 같은 염려를 뒷받침한다. 채권시장에서도 1월 말 기준 중국계 자금이 전체 외국인 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3%에 달해 중국이 한국 시장에서 등을 돌리면 타격이 클 전망이다.

과거에도 중국이 외교적 마찰을 경제 보복으로 대응한 전례가 있다. 2000년에는 '마늘 분쟁'으로 한국에 대해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