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지폐에 여왕 아닌 여성 첫 등장..18세기 女과학자
해왕성 발견에 이바지한 메리 서머빌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내년에 새로 발행할 예정인 10파운드짜리 스코틀랜드 지폐에 영국 여왕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여성의 얼굴이 오른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만 지폐를 발행할 수 있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스코틀랜드은행, RBS 등도 지폐를 발행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은행들이 발행한 지폐는 영란은행에서 예금 보장을 받기에 영국 전역에서 대체로 통용되나 간혹 거절당할 때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RBS가 발생하는 새 지폐의 주인공이 된 인물은 18세기 과학자 메리 서머빌(1780∼1872)이다.
서머빌은 천왕성의 궤도를 방해하는 가상의 행성에 대한 논문을 써서 해왕성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서머빌은 여성이 과학 교육을 받기 어려운 시절에 태어났지만, 집안이 부유했던 덕에 천문학과 지리학을 공부할 수 있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서머빌 칼리지가 그의 이름을 딴 대학이다. 1879년 설립되고 나서 1990년대 남학생을 받기 전까지 여자 단과대학이던 서머빌 칼리지는 학계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서머빌 칼리지에서 공부했으며, 인도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총리인 인디라 간디와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로 노벨 화학상(1964년)을 받은 도러시 호지킨, 맨부커상 수상자인 아이리스 머독도 서머빌 칼리지 출신이다.
내년 새로 나올 10파운드짜리 지폐를 장식할 인물은 페이스북 투표로 진행됐다.
서머빌은 서머빌 칼리지 재학생들의 조직적인 지지 운동에 힘입어 경쟁자였던 도시 공학자 토머스 텔포드를 제치고 새 지폐의 주인공이 됐다.
열기가 고조되면서 투표 막판에 인도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텔포드에게 몰표가 쏟아졌지만, RBS와 페이스북은 논의 끝에 이를 부정투표로 판단하고 무효 처리했다.
RBS가 1727년 지폐를 처음 발행한 이후 여성이 스코틀랜드 지폐를 장식한 것은 여왕을 제외하면 서머빌이 유일하다.
RBS가 새 지폐에 오를 인물 후보 명단에 여성을 포함한 것은 2013년 영란은행이 발행한 영국 공식 지폐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논란 때문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란은행은 당시 2016년부터 발행할 5파운드짜리 지폐 속 인물을 형무소 개혁 운동가인 엘리자베스 프라이에서 윈스턴 처칠로 교체해 비판받은 바 있다. 당시 영국 화폐를 장식한 유일한 여성이 사라지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언론인 캐롤린 크리아도-페레즈가 주도한 운동의 결과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이 10파운드 지폐의 새 주인공이 됐다.
BOE의 역대 영국 지폐에 등장한 여성은 여왕 외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과 프라이, 오스틴 등 3명이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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