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아닌 베테랑" 김두현, 아이들에게 '국대 시절' 영상 보곤 "이거 합성 아냐?"
19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풀러턴 성남FC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김두현(34)는 “고참, 노장이라는 말보다 베테랑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2001년 수원 삼성으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그는 어느덧 15년째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나이로는 분명 노장인데 막상 후배들이랑 경기를 하면 나이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성남의 어린 선수들, 경쟁팀 선수들도 “김두현의 자기 관리를 본받고 싶다”고 한다. 그는 “특별한 건 없다. 근력 운동 많이 하고 항상 몸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도록 신경 쓰는 것뿐”이라고 했다.
김두현은 수원 삼성, 잉글랜드 프로축구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에서도 뛰었지만 유독 성남과 좋은 기억이 많은 성남의 스타다. 그는 2006년 성남의 K리그 우승 때 일등공신으로 그해 K리그 MVP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해 다시 성남으로 돌아왔다.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성남을 이끄는 중심 선수로 김학범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김두현은 “고참이 되니 코칭 스태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선수와 코치의 의사소통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도 후배들에게 너무 많은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는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하면 ‘아재(아저씨)’소리 들을까 봐 못하겠다”고 덧붙이고는 웃었다.
김두현은 쉬는 시간에도 축구에 미쳐있는 ‘축구광’이다. 그는 축구 말고는 다른 특별한 취미가 없다. 쉬는 시간에도 해외축구를 보거나 칼럼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축구화를 수집하는 축구화 마니니아기도 하다. “컨디션 때문에 해외축구 생방송을 늦은 새벽에 못 보는 게 아쉽죠. 그래도 낮에 녹화 방송이나 하이라이트 영상은 다 챙겨 봅니다.”
‘취미마저 축구면 다른 재미가 없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쉬는 날 평소에 함께 하지 못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그의 아들 이야기가 재밌다.
“큰애가 9세이고, 작은애가 6세인데 아이들은 저의 국가대표 시절을 기억하지 못해요. 집에서 유튜브로 찾아보고는 ‘아빠 이런 시절이 있었어? 이거 합성 아니야’라고 놀리죠. 그래도 학교에서 친구들이 제 사인을 받아달라는 말에 집에 쌓아놓은 사인을 아이들이 학교로 가져가서 자랑해요. 어느 날 쌓아둔 사인이 없어져 있을 때 뿌듯하죠.”
그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아빠가 선수인 모습을 더 오랫동안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두현은 성남의 주전 미드필더로 지난 시즌을 이끌었다. 경기를 풀어주는 핵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하지만 김두현은 “자신보다 성남의 다른 선수들이 저평가됐다”고 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배들을 보면 그만큼 가치가 있는 친구들이라는 이야기죠. 올해는 팀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왔으니 기대해도 좋아요.”
그에게 ‘언제 은퇴하고 싶냐’고 묻자 “나는 은퇴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더 뛰어달라고 할 때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어느 팀에게나 도움이 되는 선수일 때 은퇴하고 싶다는 뜻이다. 김두현은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고 했다.
김두현은 팬들에게 ‘꼭 우승하겠다’는 추상적인 각오를 밝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신 올해는 ‘볼 맛 나는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올해는 다양한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재밌는 축구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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