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의 미식 탐식 과식] 다이어트 콜라가 죽어도 일반 콜라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김유진 음식평론가 2016. 2. 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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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대표는 “경쟁 업체보다 맛있어야 하고, 내장과 뇌도 만족 시켜야 하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고칼로리 음식을 원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다이어트 콜라가 일반 콜라를 대체할 수 없다고 한다.

맛은 상대적이다. (비교할 수 있으니 상대적이고, 생존 DNA와도 연관이 있으니 상대적이다.)

맛. 있. 다. ‘있다’ 앞에 ‘맛’이란 글자가 있다. 글자 그대로 맛이 ‘있다’, 존재한다는 의미다. 맛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뒤적인다. 음식 따위를 혀에 댈 때에 느끼는 감각. 이렇게 적혀있다. 혀에서 느끼는 게 맛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미각이 맛인 거다. 눈이나 귀, 코, 손끝 등에서는 맛을 느낄 수 없다는 소린가?

흔히들 5미라고 이야기한다. 달고, 짜고, 쓰고, 시고, 매운 맛. 참 매운 건 통각이다. 맛이 아니고 통증을 수반한 자극이다. 즉 달거나 짜거나 시거나 쓴 재료나 요리가 맛을 만든다. 그런데 이 네 가지 맛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

단맛을 예로 들어보자. 설탕의 단맛과 슈가파우더의 단맛은 분명 다르다. 엿이나 조청 그리고 물엿도 맛이 다 제 각각이다. 여기에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주면 그 스펙트럼은 무한대로 넓어진다. 쓴맛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단맛은 뽑기나 달고나에서 나온다. 짠맛과 어깨를 딱 붙이고 있는 단맛은 멸치조림에 있다. 신맛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단맛은 초고추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통증과 맛의 경계를 넘나드는 단맛은 불닭 소스에 포진해있다. 이렇게 재료와 어우러지면 맛이란 녀석은 은하계의 별처럼 무한대로 늘어난다.

많은 사람이 맛을 이야기 한다. 또 맛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간장을 태운다. 결과물을 판단하는 게 인간인지라 맛을 설명하면서 주관적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맛은 상대적이다. 비교의 대상이 있기에 ‘있다’, ‘없다’라고 구분한다.

난 서교동 진진의 멘보샤(중국식 새우 토스트)를 좋아한다. 정말 맛있다. 네모난 녀석을 귀퉁이부터 한입 베어 물면 뜨끈한 열기가 기도와 식도를 번갈아 연다. 바삭대는 녀석을 혀 위에서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는 사이 엉덩이가 들썩이다. 촉촉한 다진 새우 살이 두어 번 깨물 틈도 없이 목구멍으로 미끄러진다. 아~ 맛. 있. 다. 이는 다른 중식당에서 멘보샤를 먹어본 경험이 있기에 뇌가 비교를 한 결과다. 비교 분석 과정을 마친 뒤에 내놓은 감정이 맛있다 맛없다를 분간한다. 엄밀히 말하면 맛이란 어디보다 어디가 더 맛있다, 없다라는 상대적인 개념인 게다.

이렇게 복잡한 맛이란 녀석은 우리의 내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간의 DNA는 생존형으로 진화해왔다. 좀 더 쉽게 영양가를 흡수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는다. 생고기보다는 익힌 고기가 칼로리 섭취에 용이하다. 씹기도 훨씬 수월하다. 노력을 덜 기울이면서도 쉽게 영양분을 챙길 수 있는 음식들이 살아남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다이어트 콜라가 죽어도 일반 콜라를 대체하지 못하는 까닭이라고나 할까? 왜 인간은 클래식 콜라를 다이어트 콜라보다 더 맛있다고 느끼는 걸까?

흔히들 사카린 같은 칼로리가 없는 감미료를 사용해 다이어트 음료나 요리를 만든다. 단맛이 있어 혀는 속일 수 있다. 하지만 내장과 뇌는 속일 수 없다. 영양가가 없으니 감동하지 않는다. 굳이 다시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사실을 밝혀냈다. 책도 수백 권 출간되었다. 이 연구결과들을 이용해 수없이 많은 음식들을 개발한다. 하지만 백숙보다 후라이드 치킨이 더 많이 팔리는 걸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경쟁업체의 제품보다도 더 맛있어야 하고 내장과 뇌의 마음에도 들어야 하니 말이다. 아마도 맛의 상대성이 존재하는 한 패스트푸드와 디저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단언컨데 인류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 김유진 김유진제작소 대표는 올해로 21년째 음식 관련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13년 동안 컨설팅을 통해 성공시킨 레스토랑이 200곳을 넘고, 국립중앙박물관 식음료 총괄 컨설턴트를 맡았다. MBC프로덕션 PD로 일하던 그는 순전히 ‘맛’ 때문에 피디 생활을 마치고 요식업계에 뛰어들었다. 맛있는 요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100시간 내로 맛을 보고야 만다. 울릉도 옆 죽도에서 출발해 동해, 남해, 서해를 거쳐 백령도까지 44개의 섬을 취재하고 대박의 비결까지 섭렵한 대한민국 유일한 칼럼니스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뭘 먹을까?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까만 연구한다. 아침을 먹으면서 점심 고민하고 점심 먹으면서 저녁 고민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식탐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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