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부터 공략하는 'Soo 스타일' 밀어붙여 봐야죠"

사라소타(미 플로리다주) | 안승호 기자 2016. 2. 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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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볼티모어 김현수 현지 인터뷰

18일 오전 8시50분(현지시간). 선수들의 출근 시간이다.

김현수가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 있는 에드스미스 스타디움에 설치된 팀 마스코트 앞에 서서 활짝 웃고 있다. 사라소타 | 안승호 기자

김현수(28·볼티모어)가 미국 플로리다 사라소타의 볼티모어 훈련장인 에드스미스 스타디움 클럽하우스 입구로 들어섰다. 그런데 자신의 라커로 직행하지 않는다. 동료들이 있는 곳을 정거장 삼아 대화도 하고, 스킨십도 가진 뒤에야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김현수는 아직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그래도 국내리그 두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통역을 거치면 어려울 게 없지만, 영어권 선수와 한국어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도 소통을 하고 있다. 강한 적응력과 생존력으로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달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훈련을 시작, 이달 초 볼티모어의 플로리다 캠프에 합류해 훈련하고 있다. 그간 가슴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이날 인터뷰에서 풀어놨다.

■ “안녕하세요, 수(Soo)입니다”

김현수는 자연스럽게 팀에 녹아들고 있다. 영어가 안되면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1986년생으로 1988년생인 김현수보다 두 살 많은 라이언 플래허티를 보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김현수는 “처음 여기 왔을 때 플래허티가 가장 반갑게 맞아줬다. 플래허티는 시카고 컵스에서 뛸 때 이학주, 하재훈 같은 한국 선수들과 함께해봐서인지 먼저 다가와 ‘캐치볼을 하자’고 했다”며 “나이 어린 사람이 연장자에게 어떻게 인사하느냐며 한번만 해달라고 간청하길래 ‘안녕하세요’라고 해줬더니 정말 좋아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클럽하우스에서 ‘수(Soo)’로 통한다. “‘현’이나 ‘현수’라고 하는 건 발음상 힘들어하는 것 같고, 그래서인지 대다수가 ‘수’라고 부른다. 훈련 스케줄표에도 수라고 다 적어놨다”고 전했다.

■ “ML 훈련 스타일에 적응 중”

볼티모어 캠프에 온 뒤 김현수에게는 ‘오후 시간’이 많아졌다. 아직 스프링캠프가 공식적으로 시작하기 전이라 오전이면 훈련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 휴식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또 쉬기 힘든 게 메이저리그 훈련 패턴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김현수는 “팀 훈련량이 기본적으로 많지 않다. 다만 팀 일정상 쉬는 날이 없다 보니 내가 조절해야 하는 부분은 늘어난다. 길게 하고 하루 쉬고 하는 패턴이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매일 하되 빨리 끝내고 오후에는 휴식을 취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김현수는 “기본 생각부터 다른 것 같다. 그냥 열 번을 할 바에는 아주 열심히 세 번을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1000번의 스윙을 한다고 하면 100개 정도는 몸풀기로 하고 다음 단계로 접어드는데, 여기서는 하나를 하더라도 전력을 다하는, 그런 개념”이라고 말했다.

■ “강정호 바통 이어받도록”

김현수는 올시즌 목표를 묻자 대답 대신 강정호(피츠버그)를 언급했다. “강정호가 우리에게 큰 선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로서는 (한국 야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지 않기 위해 적어도 기본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담이 크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시즌 결과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놓지는 않았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잘해보자, 그런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 여기 투수의 공에 대한 적응이 중요한데, 정호가 ‘계속 출전하고 계속 공을 보다 보면 좋아진다’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김현수 캠프가 있는 사라소타와 강정호의 브래든턴 캠프는 플로리다주에서도 약 30~40분 거리로 가까운 편이다. 이에 김현수는 캠프 합류 뒤 강정호의 집을 몇 차례 방문, 식사를 함께하며 적응력을 키우고 있다. 김현수는 “정호는 집에 있으면 거의 잠을 자는 것 같았다. 여기서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으려 했는데 내가 더 많이 아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 “타격, 실전 치르면 확인”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타격이 통할지에 대해 스스로 궁금해하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라이브배팅을 하고, 시범경기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특히 여기 투수들을 상대로는 싱커라든지, 못 보던 공도 보고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KBO리그부터 돋보였던 자신의 타격 스타일은 그대로 가져갈 생각이다. 김현수는 “나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는 스타일이다. 삼진이 적고 볼넷이 많았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는 타자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투수들도 어려운 공으로 승부를 하려 든다. 그러다 보면 볼카운트도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또 자신의 선구안에 대해 “심판이 가상의 어느 선까지 스트라이크로 볼 것으로 판단하고 그 이미지로 공을 골라내려고 한다. 볼카운트가 몰릴 때면 그 선을 기준으로 판단해 파울을 만들어내려고도 했다. 다만 여기서는 투수들의 무브먼트가 심하니 어떨지 봐야겠다”고 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삼진은 적고 볼넷은 많은 선수로 부각됐다. 지난해 두산에서는 삼진 63개를 기록하면서 볼넷을 101개나 얻어냈다. 비율이 1.60에 달했다. 그 정도의 기록을 메이저리그에서도 달성할 수 있을지가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사라소타(미 플로리다주)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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