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서 흑인 2명 살해한 백인들 '보석'..인종갈등 심화

김진 기자 2016. 2. 1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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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파리스 지역의 치안판사법원에서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대치중인 백인과 흑인들. 지난달 6일 흑인 농장 노동자 2명이 백인 농장주 4명의 폭행으로 숨지면서 인종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흑인 노동자 2명을 살해한 백인 농장주 4명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인종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파리스 지역의 치안판사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4명의 백인 농장주의 보석을 결정했다.

이날 법원 앞에는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지지하는 흑인들과 경제자유투사당(EFF)을 지지하는 백인들이 다수 몰려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충돌을 막기 위해 철조망을 설치했다.

앞서 지난달 6일 흑인 노동자 순 탕가사(29)와 사무엘 헤카(35)는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고용주인 루드비코 반 데어 베스튀젠(73)의 농장을 찾았으나 베스튀젠의 아들인 보에타와 사촌인 안톤 로헤베르, 이웃인 스테파누스와 요하네스 등 4명에 의해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백인 경찰인 헨드릭 프린스루 경관도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흑인들에게 '인종 차별'로, 백인들에겐 '농장 습격'의 시각으로 해석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로비 단체인 아프리포럼은 지난해 318건의 농장 습격으로 6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을 찾은 200여명의 흑인 시위대는 "농장주들을 죽여라"고 외쳤고, 백인 시위대는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인종차별정책을 펼쳤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시절 노래를 부르고 보어 공화국 국기를 흔들었다. 보어 공화국은 18세기 네덜란드 이주민들이 세운 국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합병됐다.

농장 보안 컨설턴트인 안드레 피에나르(55)는 "우리는 흑인들의 '농장 습격'에 맞서 피의자들을 지지한다"며 "농장주들을 없애버리기 위한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ANC 비서관인 모쉬 틀라디는 "농업 공동체의 견고한 인종차별이며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라며 "대형 농장주들은 모두 백인이다.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오는 4월 15일까지 재판을 중단할 예정이다.

한편 농장주는 탕가사와 헤카가 당시 총을 가지고 있었으며 1250달러(약 154만원)를 훔치려했다고 말했다. 반면 유족들은 두 사람이 비무장 상태였으며, 체불된 임금 50달러(약 6만원)를 받으러 갔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탕가사의 이모인 안나 후베바는 "매우 화가 나고 슬프다. 그들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며 "그들은 백인이란 이유로 보석을 받아 풀려났다. 경찰은 우리집을 찾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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