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산별노조→기업노조' 예외 인정했지만..(종합2보)

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 2016. 2. 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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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사진=자료사진)
산업별 노조 산하 지부·지회가 독자적인 규약 등을 갖고 독립된 단체로 활동했다면 스스로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예외를 인정한 판결을 내놨다.

지부·지회는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일 뿐 독립된 노조가 아니어서 노조법상 권한이 없다는 원심을 뒤집은 것으로, 산별노조가 기업노조로 보다 쉽게 바뀔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일 경북 경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발레오전장시스템의 금속노조 발레오만도 지회장 등 4명이 발레오전장노조를 상대로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대법관 8대 5 의견으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보기(클릭)

앞서,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전장지회는 노사갈등이 장기화되자 2010년 조합원 601명 중 91.5%가 총회에 참여해 찬성률 97.5%로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전환하는 결의를 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해 당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금속노조 소속 간부와 조합원들은 무효 소송을 내 1·2심에서 승소했다.

산별노조의 지회는 독자적인 단체교섭 또는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갖고 독립된 노조로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자체 조직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속노조 발레오전장 지회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한 적이 없어 결국 발레오만도지회는 조직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2심은 "조직변경결의는 그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무효"라고 판단했다.

금속노조는 산별노조 지회의 조직 형태 변경을 폭넓게 허용할 경우, 산별노조를 와해시키는 등의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해왔다.

또, 이번 사건의 본질을 "사측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벌인 노조 파괴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발레오전장노조 측은 개별 근로자가 노조를 선택할 자유가 먼저라는 입장이었다.

대법원은 산별노조 지회가 스스로 기업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는 없다는 원칙은 분명히 했다.

다만, 산별노조 지회가 '독자적 규약·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해 법인이 아닌 근로자단체(사단)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는 예외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예외 경우까지 판단을 하지 않은 2심이 심리를 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을 한 것이다.

대법원은 "산별노조 지회 등이 형식과 달리 실질적으로 법인이 아닌 근로자단체(사단)로 지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경우 근로자들의 선택에 따른 노조 설립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발레오만도지회가 원래 기업별 노조였다가 금속노조 지회로 편입됐고, 이후에도 총회·지회장 등 기관을 갖추고 활동해왔다"며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없더라도 실질적인 근로자단체로 독립성이 인정되는 경우, 결의가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조 설립과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 이를 추구하는 근로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이 산별 노조의 조직 유지 필요성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선언을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발레오전장노조가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인복·이상훈·김신·김소영·박상옥 대법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산별노조의 조직형태 변경 결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산별노조 뿐"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노조의 특수성을 염두해 노조와 다수 판결이 예외로 한 법인이 아닌 사단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또 1997년 노동법 제정 때 조직형태 변경제도를 도입한 입법 취지가 '기업별 노조→산업별 노조 편입'을 쉽게 하는데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 반대의 경우에 대한 신중론도 폈다.

노조법 규정이 노조의 관리에 해당하는 사항을 정한 것으로 단체교섭 등의 활동을 하는 법상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변경주체가 될 수 없다는 하급심 판결이 옳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직 변경이 아닌 "새 노조를 세우거나 다른 기존 노조에 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자체가 독립된 1개의 단위노동조합인 만큼 지회를 별개의 노조로 취급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판단했다.

여기에 발레오전장노조는 이번 판결에서 예외의 경우로 본 ‘독립성을 갖춘 사단’으로도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내 파기환송심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발레오만도지회 규칙은 금속노조의 모범 지회 규칙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대부분의 내용이 동일하다"며 "독자적인 규약을 갖췄다고 하기 어려운데다 총회 등의 기구와 지회장 등 임원 역시 모두 금속노조 규칙에서 정하다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에서는 "사측이 자신에게 우회적인 조직형태의 변경 추진 세력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 appl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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