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로 만나 딸 살해까지..비극으로 끝난 세가족의 동거

경남CBS 이상현 기자 2016. 2. 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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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을 살해하고 작은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로 구속된 친모 박모(42)씨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3가족이 모여 살았다.

남편과 헤어져 살 곳이 마땅찮았던 박씨에게 도피처와 같았던 그 공간은 결국 비극의 장소가 되고 말았다.

박 씨와 두 딸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이모(45·여)씨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박씨가 이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8년 이씨의 대학동기인 백모(42·여)씨의 소개로 만나 이씨가 하는 사업에 돈을 투자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어머니가 살던 아파트를 처분해 여유돈이 있었던 박 씨는 자신에게 투자를 하면 수익금을 주겠다는 이 씨의 제안에 휴대전화 대리점 사업 등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박 씨가 이 씨에게 투자한 금액은 수 차례에 걸쳐 1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학습지 교사로 일하던 이 씨를 만나 생활형편이 어려워 지자, 이씨의 집에서 살고 있던 백 씨도 6천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금 문제 등으로 때문에 남편과의 불화가 생긴 박씨는 결국 남편과 헤어져 집을 나오게 되고, 백 씨의 권유로 공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박씨는 휴대전화 대리점 사업을 하면서 방 5개 짜리 70평대 대형 아파트에 사는 이 씨를 부러워 했고, 이 씨처럼 돈을 모으기 위해 이 씨에게서 다양한 조언을 많이 듣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 씨를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게 됐고, 이 씨가 하는 말은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정신적 지배'를 받게 됐다.

고성경찰서 최창월 수사과장은 "박씨가 정신적으로 피폐했던 상황에서 이씨를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고, 이씨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경기 침체로 장사가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며 약속했던 수익금은 전혀 주지 않았고 박씨의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3가족의 어른과 아이들을 포함해 12명 정도가 모여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찰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같은 갈등은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으로 엉뚱하게 표출됐다.

이씨가 아이들을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며 학대를 주도했고, 특히, 박씨의 큰 딸이 가구를 파손한다는 이유 등으로 자주 혼나고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주인이자 고용주인 이씨의 눈치를 봐야했던 박씨도 큰 딸을 몹시 혼냈다. 사소한 잘못에도 회초리에 의한 폭행과 학대가 가해졌고, 그 수위는 점점 더 높아졌다.

이씨도 박씨의 폭행을 계속 부추겼다. 큰 딸이 숨진 당일 박 씨에게 "때리려면 제대로 때려라,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입을 틀어막아서라도 교육시켜라"고 다그쳤다.

이어 "애가 '다 죽여버린다'라는 말을 했는데 애를 살인자로 키울거냐,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도 못하고"라며 반복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또, 평소에도 폭행은 물론, 베란다에 문을 잠근 채 생활하게 하고 식사를 한 끼만 주게 시키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포함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결국 폭행으로 숨진 큰 딸을 함께 암매장하는 범행까지 저지른 뒤, 얼마 못가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는 5년이 흘러 범행이 들통나면서 함께 경찰에 구속돼 처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가정불화와 투자 관계, 경제적 형편이 얽혀 시작된 이들의 동거는 결국 잘못된 만남이 되고 말았다.

[경남CBS 이상현 기자] hiros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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