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法지상주의'가 부른 임대차보호법 예고된 폐해

김순환 기자 2016. 2. 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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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시행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개정 임대차법)이 시행 10개월을 지나면서 상가 보증금 상승, 권리금을 둘러싼 소송전, 소규모 창업자 진입 어려움 등 예고된 폐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개정 임대차법은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개정·공포됐습니다. 권리금 법제화로 임차인들이 당할 수 있는 불이익을 없애겠다는 명분이었지요.

사실 권리금은 처음부터 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애초 상가주인도 모르게 임차인 간에 거래되는 돈을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 자체가 자본주의 취지에 맞지 않았습니다.

권리금이란 시장과 사업현황, 점포 영업상태 등에 따라 급등락하는 자산 가치로 상가주인과 관계없는 임차인과 임차인 간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돈입니다. 임차인이 상가의 가치를 평가해 스스로 떠안는 리스크(위험)지요. 이 같은 권리금의 성격을 무시하고 고정된 자산가치처럼 법제화한 것은 분쟁의 실마리를 안고 법안이 시행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난해 5월 임대차법 개정을 통한 권리금 법제화 때도 상당수 전문가가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했지요. 하지만 권리금 분쟁을 법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법 지상주의와 임차인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일부 국회의원의 주장으로 기어이 법제화됐습니다.

권리금을 두고 상가주인과 임차인이 소송하는 등 갈등을 빚는 것은 일부에서 일어난 작은 분쟁일 뿐입니다. 권리금 법제화의 가장 큰 부작용은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올라 상권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것이지요. 권리금 법제화 이후 기존 점포는 물론 신축 건물 상가주인이 미리 보증금과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위례신도시나 강서구 마곡지구 등의 신축 상가는 보증금과 임차료가 예상보다 높아 상권 활성화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점포 일부가 공실로 남은 곳이 많다고 하네요. 상가주인들이 권리금이 형성되기 전에 미리 보증금과 임차료를 높인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개정 임대차법은 현저히 높은 임차료와 보증금에 대해 제재 조항을 두고 있지만 기준이 불명확해 실효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지루한 소송전이 전개되는 곳도 있지요.

개정 임대차법은 지난 60여 년간 임차인 사이에 음성적으로 있었던 금전 거래를 법적 개념으로 확립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지하자금의 양성화로 세수 확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요. 하지만 개정임대차법을 이대로 두면 보증금과 임대료 급등으로 상권이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소자본 창업자에게 또 하나의 진입 장벽이 될 수밖에 없지요. 정부와 국회는 권리금 법제화로 드러난 개정 임대차법의 부작용 하나하나를 점검해 시급히 개정안을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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