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성추행 물리치료사 '무죄'서 '유죄'로.. 왜?

김도란 2016. 2. 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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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김도란 기자 = 수원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임재훈)는 여성환자를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된 물리치료사 고모(2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2013년 12월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병원 5층 물리치료실에서 환자 A(29·여)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과 경찰은 A씨 진술을 바탕으로 고씨가 천장을 바라보고 침대에 누워 있는 A씨의 목을 마사지하다가 '가슴 근육도 풀어줘야 어깨가 아프지 않다'며 가슴을 만지고, '골반이 틀어졌으니 맞춰주겠다'며 중요부위를 만진 것으로 조사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모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진술과 객관적인 여러 사정을 모두 배척할 수는 없다. 피고인이 한 시술이 치료와 무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항소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성추행을 당한 경위를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내가 가슴 윗부분을 누르는 치료나 골반치료를 했을 때 피해자가 약간의 수치심을 느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진술했다"며 "피해자는 그러나 피고인에게 가슴이나 골반 부위에 대한 치료를 요청한 사실이 없었다고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또 "원심은 피해자가 상당한 시간 시술을 받으면서 피고인에게 거부의사를 보이지 않고 치료 후 병원 측에 항의도 하지 않아 통상적인 성추행 피해자의 태도로는 보기 어렵다고 봤지만, 피해자가 사건 당일 어머니에게 물리치료를 받은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고, 다음날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는 친구에게 피고인의 행위가 일반적인 치료행위인지를 문의한 점, 또 그 다음날 성폭력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고소에 나선 점으로 볼 때 성추행 피해자의 통상적인 행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는 만 28세의 젊은 여성이고 피고인은 만 25세의 젊은 남성이었던 점, 폐쇄된 물리치료실에는 피고인과 피해자 밖에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doran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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