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子 야구인]① 박철우-박세혁 "야구장에서 만나지 말자 했다"

이형석 2016. 2. 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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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이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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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간에 굉장히 닮았다'고 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많이 닮았다"고 답했다.

아버지는 "씨도둑은 못한다(아버지와 자식은 용모나 성질이 비슷하여 속일 수 없다는 말)"고 웃었다. 여느 집안 아버지-아들 관계처럼 그라운드 위의 부자(父子)도 평소 대화를 많이 하진 않지만 닮은 점이 많다. 그리고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두산 박철우(52) 코치와 포수 박세혁(26)은 부자지간으로 KBO리그 최초 한팀 1군 코치-선수에 도전한다. 박철우 코치가 지난해 두산 타격코치, 박세혁이 지난해 말 군 전역 하면서 2015년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해태와 쌍방울에서 뛴 박철우 코치는 12시즌 통산 타율 0.278, 59홈런, 372타점을 기록했다. 1989년 해태의 4년 연속 우승에 일조하며 그해 한국시리즈 MVP와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박세혁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47순위로 입단, 1군 24경기(타율 0.250)에 출장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100경기에 나와 타율 0.350, 12홈런, 73타점을 기록했다.

-한팀에서 생활하고 있는 느낌은.

박철우 코치(이하 우)="처음에는 자식을 가르친다는 게 눈치가 보였다. 2~3일 지나니까 나 혼자 의식하는 것 같더라. 그냥 여느 선수와 똑같이 대하니까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나 관계자 모두 도량이 넓으니까. 이제 눈치 안 보니까 좋다. 다만 나는 편하게 대할 수 있는데, 이 친구(박세혁)는 동료들도 있으니 나한테 다가오기 힘들지."

박세혁(이하 혁)="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스프링캠프에선 (여느 코치님과) 똑같다. 타격코치도 두 분(장원진) 계시니까. 동료 선수들도 많이 이해하고. 나도 야구장에 나와서 아버지를 의식해서 티 안낸다."

우="서로 파트가 다르니까 오전 훈련 때 잠시 훈련을 지켜본다." -각각 KIA,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야구장에서는 만나지 말자"고 했는데.

우="KIA에서 2군 총괄감독을 맡고 있을 때 두산과 2군 원정경기를 가졌다. 그때 세혁이가 끝내기 홈런을 쳐서 졌다. 팀이 다르니까 아들한테 찬스가 걸려도 맞으면 안 되잖아. 화도 못 내고. 포커페이스를 못 하겠더라고(웃음)."

혁="다른 팀에서 만나면 더 불편하더라. 한 팀에 있으니 나은 것 같다. (상대팀으로) 야구장에서 만나면 더 어색하다."

우="만일 서로 다른 팀에 있는데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세혁이가 나와서 결승타를 치면 코치 입장에서 답답한 노릇이지. 오히려 한 팀에 있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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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들 입장에선 '내 아버지가 저렇게 수고하시는구나'라고 느낄 것 같다.

혁="직접 곁에서 지켜 보니 '많이 힘드시겠구나' 싶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실 것 같고. 더 잘해야겠구나 싶더라."

우="못 느끼면 안 되지(웃음). 알아주면 좋지."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군 제대한 박세혁에 대해 "송구, 포구, 배팅 등 모든 면에서 다 좋다"고 칭찬했는데.

우="코치 입장에서 팀에 좋은 백업 선수가 있다면 반길 점이다. (최)재훈이가 도움을 줬지만 작년에 (양)의지가 많이 힘들었거든. 재훈이나 세혁이 등으로 안방이 강해지면 팀 자체가 강해지는 거니까."

혁="물론 기분이 좋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우="감독님이 예뻐하시는 것 같아.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고(웃음)."

-타격만 놓고 보면 닮은 것 같나.

우="나보다 타격은 나아야지. 아빠는 다리도 늦고 수비도 못하니 오로지 방망이 하나로 승부했지. 군 제대 후 배팅은 많이 좋아졌더라. 사실 1군에서 오래 활약하려면 수비가 돼야한다. 몸에 스피드가 많이 붙었더라. 볼 배합도 조금 성숙됐고. 의욕은 갖고 있는데 남들보다 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혁="아버지 기량을 많이 물려받은 것 같다. 또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야구장을 다녔다. 1997년 끝내기 홈런도 때리셨는데, 그렇게 경기를 많이 본 게 도움된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모두 아버지의 존재를 알았다."

-처음 아들이 야구를 시작할 때 반대하진 않았나.

우="아~힘든 길인데 싶었지만, 어디 야구 선수만 힘들겠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본인이 잘하면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으니까. 포수 하고 싶다길래 잘됐다 싶었다."

혁="그 당시 故 이두환 선수가 야구를 제일 잘했다. 야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가 포수를 보고 있으니까 끌렸다. 지금도 포수 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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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잘한다고 으쓱대고, 조금 성장했다고 나태해진다면 더 이상 발전없다'고 늘 조언한다고 들었다.

우="그런 선수를 많이 봤다. 유니폼을 입었다고 다 프로 선수는 아니다.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면 그만큼 값어치하고 노력하고, 인성을 갖춰야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코치한테 배우는 거고, 인생의 모토 혹은 길라잡이는 야구 선배나 아버지로서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거니까."

혁="그런 얘기가 많은 도움이 돼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아버지 말씀을 새겨 듣고 열심히 하면 더 많은 걸 얻을 것이다."

-야구장을 떠나 서로가 바라본 아버지 박철우, 아들 박세혁은.

우="평소 집에선 대화가 없다. 자식들이 누가 아버지랑 얘기하나(웃음). 목욕탕이나 가서 때 밀어주고 냉탕에 들어가면 '시원하재?' 정도. 그저 아들이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됐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한팀에서 코치하고 있으니까 항상 부담을 가질거다. 나중에 훌륭한 선수, 우리 나라 최고 포수가 됐으면 좋겠다. 부상 없이 꾸준히 오래할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혁="아버지는 운동도 빠짐없이 하고 정말 부지런하다. 그런 점부터 배울 점이다. 아버지가 야구를 잘하시지 않았나. 나한테는 넘어야 할 분이다. 주변에서 존경하는 선수를 물어보면 항상 아버지를 뽑는다. 옛날에는 부담을 가졌는데 이제 없다."

우="이제 부담을 안 갖더만. 나 보다 네 자신을 넘어서야 발전이 있다. 어릴 때 생각하면 먼 산이겠지만 지내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거든. 이제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서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 -올 시즌 목표는.

우="1~9번 타자들이 타율 3할을 모두 넘고 백업 요원들도 충분히 활약해줬으면 한다. 2연패를 목표로 1년 동안 부상없이 하면 좋은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아버지 입장에선 1군에서 세혁이를 자주 보면 좋고, 코치 입장에서도 팀에 큰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다. 올해 우승하는데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다."

혁="군 제대하고 왔다. 이제 20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고 싶다. 팀 우승도 일조하고 싶고. 계속 1군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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