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시민단체도 반대..SKT 투자로 돌파?

서찬동,이선희 2016. 2. 18. 17: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정부 심사시한 D-9전기통신법상 28일로 심사기간 90일 끝나글로벌 플랫폼 공세 vs 통신이 방송 장악"정부 판단지연..시장혼란 가중" 지적도미래부 "기한 얽매이지 않고 면밀히 검토"
18일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한 정부 승인심사 법적 시한 만료 열흘 전이 되는 날이었다. 올 상반기 통신·미디어업계 최대 이슈인 이번 M&A에 대한 정부 심사 결과가 임박하면서 통신·케이블업계는 물론 지상파·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언론학회·미디어법학회 등 학계와 정치권도 앞다퉈 토론회를 개최하며 사안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M&A에 찬성하는 측은 '방송과 통신 융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측은 '통신과 유료방송 1위 사업자 결합에 따른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의견 일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심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측이 반발해 통신·미디어 시장은 당분간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염려된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의 국내 시장 진출은 가속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심사 결정을 미루면서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국내 미디어 경쟁력은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통신·미디어 시장 M&A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과 미래 경쟁 양상에 부합하느냐가 평가에서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토론회에서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M&A는 1990년대 이후 지속된 방송·통신 융합 추세가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방송과 통신을 대결적 구도로 보기보다 합병이 스마트 미디어화 등 미래 ICT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SK텔레콤은 "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플랫폼 확대와 콘텐츠 발굴 등 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M&A로 뉴미디어 플랫폼 간 연계가 구축되면 사물인터넷(IoT)과 가상현실(VR) 등 미디어산업 신기술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업체가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을 갈수록 확대하고 있는데, 이대로 두면 국내 미디어산업 전체가 잠식당할 염려가 커진다"며 "정체된 국내 미디어산업은 M&A로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지상파 방송 3사가 이번 M&A에 돌연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거대 미디어기업 등장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상파 3사는 지난 1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합병이 강행되면 콘텐츠 저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방송산업이 급격하게 황폐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CJ헬로비전이 방송하는 23개 권역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이 전국 지역구에서 3분의 1에 달한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지상파 관계자는 "M&A가 허용되면 합병법인이 방송 공정성과 선거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염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참여연대와 언론노조도 "통신 독과점이 심화된다"며 반대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이동통신은 물론 알뜰폰·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까지 결합 상품으로 출시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목소리는 앞으로 통신사들이 방송시장마저 장악하게 될 것이란 위기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버라이즌·AT&T·T모바일 등 미국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음악·동영상 등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무제한 경쟁을 시작했다. 경쟁은 5G가 촉발시키고 있다. 현재 LTE 서비스와 속도·용량면에서 획기적으로 발전되는 5G 서비스는 기존 방송 서비스를 능가하게 된다. 이미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가 방송을 대체하기 시작했는데, SK-CJ 합병법인 같은 거대 사업자까지 등장하면 방송산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통신·미디어 시장이 M&A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지만 정부는 당초 심사 기한인 이달 28일까지 결론을 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주식 인수와 SK브로드밴드 합병과 관련된 인가 신청을 지난해 12월 1일 제출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자 최대주주 변경', 방송법상 '방송사업자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은 인가 신청일로부터 90일 이내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M&A 법적 심사 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 다만 추가 서류 심사 등 사유가 있으면 연장이 가능하다.

미래부 관계자는 "SK텔레콤 측이 제출한 방대한 양의 서류를 절차에 따라 심사하고 있고 반대 의견서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심사 기한에 얽매이지 않고 충분히 심사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정부 심사 결과는 4월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 때문에 늦어도 3월 중에는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시되고 있다. 총선 이후에는 통합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인데 이번 인수건이 통합방송법 적용을 받게 되면 심사 방향이 더욱 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통신과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의 M&A로, 국내 통신·미디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찬동 기자 /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