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젠 초졸" 60년 만에 받은 초등학교 졸업장]
【청주=뉴시스】연종영 기자 = 충북 청주의 한 농촌 학교에서 아주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18일 오전 96회 졸업식이 열린 미원초등학교 체육관.
교사 여러 명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강당 계단에 올라선 노인 세 분이 이 학교 홍석진 교장에게서 졸업장을 받았다.
무대 밑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60년 전 이 학교에서 동문수학했던 친구 30여 명도 이들에게 힘껏 손뼉을 쳐줬다.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꿈에 그리던 초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쥔 어르신은 1943년생인 오모 할아버지와 1940년생 동갑내기인 권모·이모 할머니다.
이들은 이 학교 36회(1955년 졸업) 동문이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 6·25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고된 피란살이에 가정형편도 어려워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당시 졸업생은 96명이었다. 그러나 이들만은 졸업장을 받을 수 없었다.
동창생 모임에 나가 친구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기도 했지만, 가슴 한구석엔 졸업장을 받지 못한 한이 서려 있었다.
이들의 한을 풀어주려고 학교가 나섰다. 학교는 오모 할아버지의 6학년 생할기록부(지금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이 일부 남아있는 점을 확인했다.
문제는 나머지 두 할머니의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묘안을 찾던 학교는 36회 졸업생을 찾아다니며 '사실확인서'를 받았다.
권모·이모 할머니가 미원초등학교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을 또래 졸업생들로부터 인정받는 작업이었다.
60년 한을 푼 이모 할머니는 "초등학교 졸업장을 가져봤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소망을 품고 살았는데, 이제 여한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홍 교장은 "격동의 역사를 걸어온 선배님들께 뒤늦게나마 명예졸업장을 전달하게 된 점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jy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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