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13년 "우리 지은이 너무 보고싶다"
[오마이뉴스 글:조정훈, 편집: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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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하철참사가 일어난 지 13주기가 되는 18일 오전 대구 중앙로역에 설치된 '기억의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참배하고 있다. |
ⓒ 조정훈 |
"이곳을 지나다가 '기억의 공간'이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정말 참혹하네요. (다시 태어나면) 좋은 나라에 가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13년이 18일 오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을 지나는 승객들은 오늘이 13주기인 것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끔찍했던 참사 당시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아직도 대구는 지하철 참사의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한 것이다.
이날 오전 중앙로역에 마련된 '기억의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당시의 흔적을 보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곳은 당초 참사 현장을 보존해 '통곡의 벽'으로 보존했으나 흉물스럽다며 패널로 가려버렸던 것을 지난해 12월 28일 '기억의 공간'으로 재구성해 개방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기억의 공간을 찾은 이윤희(43,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아이들이 커서 살아가는 세대에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찾았다"며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이런 공간을 보존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온 김수정(11) 학생은 "이 공간을 보면서 너무나 처참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나 불쌍하고 더 이상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윤정(38, 남산동)씨는 기억의 공간을 둘러본 뒤 "당시 알던 지인이 사고 참사로 인해 세상을 떠나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오늘이 13주기라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와서 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공사는 기억의 공간이 조성된 이후 하루 약 600여 명이 다녀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폐쇄되어 있을 때는 모르던 시민들이 이제는 많이 찾는다"며 "특히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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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중앙로역에 마련된 대구지하철참사 기억의 공간에는 당시의 처참했던 모습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
ⓒ 조정훈 |
윤씨는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우리 유가족들이 팽목항을 방문했었다"며 "젊은 부모들은 우리같이 피눈물 흘리는 고생을 안 하길 바랐는데 사고 수습 과정이 우리와 닮았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과욕이 있어서가 아니라 안전한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가족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정부는 아직도 유가족들을 이간질하고 싸움시키려 한다"며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시민들이 힘이 되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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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 전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났던 중앙로역에 마련된 '기억의 공간'. 검게 그을린 벽체에 유족들이 보고 싶다는 글을 써 놓았다. |
ⓒ 조정훈 |
추모행사는 화재 발생 시각인 오전 9시 53분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시작으로 기독교·불교·천주교의 종교의식, 추도사, 추모공연, 추모노래, 추모시 낭독,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제에서 권영진 시장은 "대구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도시 건설을 위해 종합재난관리 기반을 구축하고 행정력을 집중해 재해·재난 예방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모행사에 참석한 유족들은 192명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며 그날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오열했고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유족을 위로했다. 행사를 마친 유족들은 중앙로역 기억의 공간과 팔공산 안전테마파크를 찾아 참배하고 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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