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보다 제대로..지루한 싸움도 끝나갑니다"

브래든턴(미 플로리다주) | 안승호 기자 2016. 2. 1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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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피츠버그 강정호에 듣는 ‘나의 재활 이야기’

피츠버그 강정호(29)는 점심식사 시간까지도 메이저리그 데뷔 2번째 시즌 준비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강정호는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피츠버그 훈련에서 오전 스케줄을 마친 뒤 시설 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영어교사와 함께 식사를 하며 회화 감각을 익혔다. 식사 뒤에는 30여분간 공식적인 수업을 이어갔다.

강정호가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팀 훈련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정호는 “지루했던 재활이 오히려 힐링이 됐다”고 말했다. 브래든턴 | 안승호 기자

강정호는 지난해 9월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2루로 달려든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태클에 왼쪽 무릎과 종아리뼈를 다쳐 수술대에 오른 뒤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장기간 재활을 하며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재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제 재활이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날 훈련을 마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그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정신적인 부분뿐 아니라 ‘레그킥’ 논란을 잠재우며 생긴 기술적 확신도 설명했다.

재활은 지루했다. 그래서 최근 취미 하나를 만들었다. 강정호는 이따금 배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굳이 낚시가 아니더라도 강정호는 그 시간, 인내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 그는 “굉장히 지루했던 건 맞지만, 잘 쉬기도 했다. 일종의 힐링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계속 야구만 했다면 갖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했다. 또 “그 시간에 피츠버그도 구경하고, 낚시도 즐기며 보냈는데, 몇 개월 동안은 재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지난겨울, 다른 해외파와 달리 귀국도 하지 않았다. 재활 스케줄에 혹여 차질이 생길까 싶어서였다.

강정호가 재활을 무난히 소화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가 긍정 마인드 소유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정호의 전 소속팀 넥센의 염경엽 감독은 “강정호는 웬만한 실수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위축되지 않고 바로 자기 플레이를 하는데, 그게 정호의 강점”이라고 했다.

강정호는 재활을 하면서도 ‘혹여 기간이 길어질까’하는 우려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아무래도 주전이 되면서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즐기려는 마인드로 뛸 수 있었다”고 했다.

강정호는 당초 오는 6월쯤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4월 중순에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MLB닷컴은 올해 피츠버그 5번 타자 겸 주전 3루수 자리에 강정호를 일찌감치 앉혀놓기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선은 재활에만 신경 쓰고 있다. 몸이 건강해야 다음 단계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정호는 수비훈련을 시작한 상태다. 조만간 투수의 공을 때리는 타격 훈련과 베이스러닝도 시작할 예정이다. “빨리 회복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100%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지난 시즌 타율 2할8푼7리에 15홈런 58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내며 자신을 둘러싸고 나온 엇갈린 전망을 정리했다. 그 중심에는 왼발을 들었다 놓으며 타이밍을 잡는 ‘레그킥’이 있었다. 강정호는 ‘레그킥’ 얘기에 손사래부터 쳤다. “아마도 지난해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레그킥’ 아닌가 한다. 정말 지겹게 들었다”고 했다.

강정호의 다리를 들었다 놓는 준비 자세로는 95마일(약 153㎞)이 넘는 강속구 투수가 수두룩한 메이저리그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발을 그대로 두고 때릴 때도 있지만, 이전처럼 레그킥으로 타이밍을 잡아 방망이 끝에 힘을 모으는 동작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강정호는 “이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아 편안한 것 같다”며 “경험의 결과인 것 같다. 뭐든 처음에는 어렵지만 계속하다 보면 적응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빅리그 첫 시즌을 맞는 타자 박병호(미네소타)와 김현수(볼티모어)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핵심은 강속구 적응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미리 겁먹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강정호는 “가령, 매일 시속 95마일(153㎞)의 강속구를 보다가 93마일(150㎞)짜리 공을 보면 느려 보인다. 한국에서도 그랬다. 145㎞짜리 볼을 치다가, 다음에 147~148㎞짜리 공을 보면 빨라 보인다. 반대라면 또 느려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이 서두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피츠버그는 주전 내야진이 짜여 있었고, 나는 내야 백업 요원으로 경쟁했다”며 “그에 비하면 둘은 안정적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 조급해 하지 않고 여유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브래든턴(미 플로리다주)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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