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동네 빵집의 대반격, 5대 빵집에 '빵지순례'까지
[뉴스데스크]
◀ 앵커 ▶
무사가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모습, 예술작품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빵입니다.
지난주 프랑스에서 열린 제빵월드컵 우승작품인데 주인공은 한국팀, 그것도 지방 동네 빵집 사장님들입니다.
◀ 앵커 ▶
한국의 제빵 기술을 전한 일본과 베이커리의 본고장 유럽도 제친 사상 첫 금메달입니다.
그런데 요즘 동네 빵집들의 약진을 보면 이번 쾌거가 예상 밖의 일도 아닙니다.
오늘 앵커의 눈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먼저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적당한 크기로 반죽을 자르고 단팥을 가득 넣어 구워내면 따끈한 팥빵이 완성됩니다.
보통 팥빵과 비슷해 보이지만 주말엔 하루 2만 개 가까이 팔립니다.
수십 년 다닌 단골부터,
[문승연/군산시 경암동]
"한 30년 됐는데 처음부터 그 맛 그대로여서 자주 옵니다."
입소문으로 찾아온 관광객까지,
[나단/서울 신도림]
"맛이 깊이도 있고 팥도 약간 숙성된 그런 느낌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국내 1호 빵집이란 이름값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김현주/이성당 대표]
"빵의 트렌드도 좀 변하고 그럴 때 우리만의 색깔을 저절로 찾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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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과자 사이에 우유 아이스크림을 넣은 명물 모나카, 사과잼 가득한 롤케이크도 70년 가까이 옛맛 그대로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 빵집의 장수 비결은 한결같은 손맛입니다.
[한청수/태극당]
"일일이 하나하나 정성이 다 들어가고 그 맛을 변화시키지 않게 지금까지 쭉 해온 것입니다."
◀ 앵커 ▶
국내 제과제빵 산업은 쌀이 부족하던 1960~70년대 밀가루가 싼값에 풀리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뉴욕제과, 독일 빵집 등이 4대 빵집으로 꼽혔던 시절이죠.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리기 시작합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기술로 다양한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는 데 당해내지 못한 겁니다.
1만 6천 곳에 달했던 동네빵집들, 10여 년 만에 세 곳 중 한 곳이 폐업할 정도로 위기는 심각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반전은 이 위기에서 시작됐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확산되면서 균일한 빵 맛에 싫증 난 소비자가 늘었고요.
그 사이 동네 골목에는 치아바타, 스콘 같은 낯선 빵들이 등장했습니다.
현지 기술을 배워온 제빵사들이 개성 있는 빵집을 열기 시작한 겁니다.
규제의 지원도 받았는데요.
동네빵집 근처에 프랜차이즈 진입을 막았더니 1년 만에 4백 곳 가까이 늘었습니다.
◀ 앵커 ▶
빵집만 살아난 게 아니었습니다. 동네도 같이 떴습니다.
서울 3대 빵집, 전국 5대 빵집이란 말 들어 보셨습니까?
지역마다 명물 빵집이 생기고 관광코스가 늘면서, '성지 순례'를 본뜬 '빵지 순례'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박영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쉽게 찢어지지 않는 탄력 있는 속살.
이 빵집의 대표상품 생크림 앙금 빵은 뜨거운 물로 밀가루를 반죽해 쫀득한 식감을 냈습니다.
빵 애호가들이 지하철역 주변 숨은 빵집 지도를 들고 순례에 나섰습니다.
이번엔 천연 효모균으로 발효시킨 건강 빵.
마지막은 일본인 제빵사가 문을 연 빵집에서 녹차크림빵과 야키소바빵을 맛봅니다.
두 시간 동안 서울 홍대 주변,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빵집 세 곳을 돌았습니다.
[공성희]
"프랜차이즈는 어디를 가든지 다 똑같은 맛이고 똑같은 빵이 있으니까 어딜 가든 평준화된 맛이라면 여기는 좀 이곳만의 맛이 있잖아요."
전국 빵집 수백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직접 빵 지도를 펴내기도 합니다.
[정은진/빵 전문 블로거]
"여기는 좀 더 쫄깃한 빵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저기는 또 더 풍미가 좋은 빵을 만들어 내기도 하기 때문에…."
◀ 앵커 ▶
경쟁력 되찾은 동네빵집의 비결.
첫째, 신선함입니다.
식빵만으로 승부하는 이 빵집은 빵을 하루 스무 번씩 구웠습니다.
여기에 단골들이 반했습니다.
둘째, 히트상품이 있었습니다.
초코파이, 튀김소보로처럼 그 집에서만 파는 바로 그 빵이 손님을 끌었습니다.
셋째, 한우물을 팠습니다.
크림빵 한 가지만 내놓는 빵집.
고급 생크림에 설탕을 줄여 만든 특별한 크림으로 이른바 대박을 쳤습니다.
◀ 앵커 ▶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지난해 한 시장조사기관의 설문 결과, 여전히 열 명 중 일곱 명은 프랜차이즈 빵집을 선호했습니다.
제품이 다양하다, 대중적이다, 위생적이다, 이런 장점 때문인데요.
평범한 동네빵집들이 이에 맞서서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나세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국산 유기농 팥으로 소를 만들고, 알록달록 마카롱을 빚습니다.
인력도 자본도 부족한 동네 빵집이 엄두를 내기 어려운 작업입니다.
[김성부 기술이사/인천제과점협동조합]
"이거는 오븐에서도 세 시간 이상 구워야 되고요. 제가 지금 하는 것처럼 이렇게 손으로 뭐든지 다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까 힘이 그래서 그게 많이 힘듭니다."
그래서 빵집 열여덟 곳이 힘을 합쳤습니다.
함께 빵을 만든 지 1년 3개월.
그 사이 매출은 30퍼센트, 회원 빵집도 마흔두 곳으로 늘었습니다.
[박순영]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고 이제 우리 몸에 좋을 거 같아서 자주 찾아오는 편이에요."
손님인 이웃들에게 일자리로 보답하기도 합니다.
장애인을 직원으로 뽑고, 제빵사를 꿈꾸는 인근 고등학생에게는 기술을 가르칩니다.
빵이 부풀 듯 신뢰도 커집니다.
[위승순]
"신뢰. 사장님이 신뢰감이 있어요. 직접 저는 만드는 것도 보고요. 만드는 것도 저희들한테 이렇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가르치기도 하세요."
◀ 앵커 ▶
동네빵집들, 위기였습니다. 지금은 손님들의 선택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습니다.
규제 덕도 봤지만 스스로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위기의 자영업, 돌파구의 실마리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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