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담배는 싸다 정말 그럴까?

2016. 2.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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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면세점 담뱃값 갑당 약 500원 올라
세금 뺀 ‘제조원가·마진’ 비교땐
면세점 2673원-편의점 1182원 2배
제조사·면세점 수백억원 추가수익

제조사, 유통비·인건비 이유 들지만
싼 면세담배 가격인상 저항 적은 탓
공항에 구매자 몰려 정부눈치보기도

지난해 1월 이후 세금 인상으로 시중 담뱃값이 한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크게 오르자 제주공항 면세점은 담배를 사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제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케이티앤지(KT&G)의 ‘에쎄’를 시중 편의점에서 사면 한 갑에 4500원이다. 담배소비세와 건강증진부담금 등 조세와 준조세가 3318원으로 74%에 이른다. 담배 제조원가와 제조·유통 업체의 마진을 합친 가격은 전체 판매가격의 26%인 1182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면세점에서 에쎄를 살 경우 가격은 어떻게 될까? 세금을 붙이지 않으니 1182원 수준일까? 이는 큰 착각이다. 애초 에쎄는 면세점에서 ‘한 보루’로 불리는 10갑 기준으로 18달러였으나, 지난 16일 22달러로 가격이 인상됐다. 이날 고시환율 기준으로 한 갑당 2187원에서 2673원으로 500원가량 오른 셈이다. 결국 똑같은 에쎄인데 세금을 뗀 가격이 1182원과 2673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같은 담배의 제조원가가 달라질 이유는 없으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나눠 가질 마진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최근 담배 제조사들이 면세 담배의 마진을 크게 늘리면서 가격 인상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에도 세금을 뗀 가격을 견줘보면 면세 담배가 시중 담배의 두 배에 가까웠는데, 케이티앤지가 이번에 또다시 면세 담뱃값을 20% 넘게 올렸기 때문이다. 앞서 필립모리스와 비에이티(BAT)코리아 등 외산 담배 제조사들도 지난달 면세 담뱃값을 보루당 3달러씩 16%가량 올렸다.

담배 판매가격 구성 현황

담배 업체들은 가격 인상 배경으로 유통비용 상승, 시중과 가격 격차 확대에서 비롯한 담배시장의 혼란 등을 손에 꼽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세금 구조 탓에 면세 담뱃값이 워낙 싸게 느껴지는 상황을 악용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가격을 인상해도 소비자 저항이 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활용해 손쉽게 수백억의 추가 마진을 챙긴 혐의가 짙다.

이에 케이티앤지 홍보담당자는 “면세점 업체가 공항 쪽에 비싼 임대료를 내기 때문에, 면세점이 시중 유통점보다 점점 더 높은 마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중 유통점은 대개 세금을 제한 가격의 9.5%를 판매수수료로 가져간다. 하지만 면세점 업체들은 대개 이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담당자는 “우리도 외국 공항의 면세점에 국산 담배를 입점시키는 등 글로벌 영업을 하려면 외국어에 능통한 인력이 필요해 인건비가 많이 든다. 면세 담배는 이래저래 더 높은 마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면세점 쪽은 면세 담배에서 높은 마진의 대부분이 제조사 몫으로 돌아간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담배가 마진이 커서 파는 게 아니다. 고객을 끌어들이는 집객 효과 때문에 입점시킬 뿐, 우리한테 마진을 그렇게 많이 나눠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조·유통업체가 이처럼 엇갈린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담배 업체들은 ‘정부 입김’을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한 담배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담배 세금을 대폭 인상하다 보니 시중과 면세점의 담배 가격 차가 지나치게 벌어졌다. 제주공항에서 면세 담배를 사려는 기나긴 줄이 만들어지자 정부에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담배 판매량에서 면세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인데, 담배 세수에 민감한 정부 앞에서 면세점 판매 증가 속도가 빨라질까 저어했다는 얘기다.

한편 담배 업계는 면세 담배 가격 인상이 손쉬운 수익 챙기기란 점도 시인했다. 한 담배회사 홍보담당자는 “가격을 올려도 시중 담배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서 마진을 높게 가져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기준으로 면세점에서 케이티앤지는 1420만보루를, 비에이티코리아는 307만2000보루를 판매했다. 올해 이 물량이 유지된다면, 케이티앤지는 700억여원을, 비에이티코리아는 110억여원의 추가 수익을 면세점과 나눠 가질 수 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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