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버린 930조원은 '유동성 함정'을 부르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에 떠도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단기부동자금은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93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한 해 동안 증가한 규모가 무려 136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돈을 풀고 있지만 좀처럼 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이미 ‘유동성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동성 함정이란 시중에 돈이 넘쳐나도 미래 불확실성 탓에 실물경제에 스며들지 못하고 퇴장하거나 단기부동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17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약 931조3000억원이다. 역대 최대치다. 세부적으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450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요구불예금이 181조9000억원, 현금 76조3000억원,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이 70조5000억원 등이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도 각각 58조2000억원, 43조8000억원의 돈이 머물러 있다.
2008년 말 539조6000억원이던 단기부동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2009년 646조7000억원으로 19.8% 급증했다. 이는 당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전년 대비 증가율(4.3%)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후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2013년 7%, 2014년 11.5%로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7.2%나 증가했다.
통화승수도 지난해 18.1배에 그쳤다. 통화승수란 시장에 유통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M2)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로 나눈 수치다. 통화승수가 높을수록 금융회사들이 고객을 상대로 신용 창출을 활발히 했음을 의미한다. 통화승수는 1999년 한때는 32.7배에 달했으나 갈수록 낮아져 2014년 19대로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전혀 작동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은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금리인하로 인한 소비 진작효과나 투자 부양 효과가 별로 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양적완화에 최근 마이너스금리까지 도입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 도입 초기와 달리 현재는 이자율을 낮춰도 화폐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시중 유동성은 부동산 등 안전자산에 흘러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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