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가로수길·신촌..거리로 나가는 백화점

손일선 2016. 2. 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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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고객 찾아 소형 패션점 내달 오픈2년연속 매출 역신장에 파격 행보 잇달아매출1조클럽 4년째 잠잠
국내 유통채널 대표주자인 백화점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줄면서 매출이 역주행하고 있는 데다 온라인 마켓 성장세에 눌려 앞으로도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은 위기 탈출을 위해 다양한 카드를 고심하고 있지만 부진을 만회할 만한 뚜렷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백화점은 2014년에 이어 2년째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백화점 업계 매출은 전년보다 0.4% 감소한 29조2023억원 규모였다.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2011년 11.4%에서 2012년 5.4%, 2013년 2.6%로 계속 둔화하다가 2014년 10년 만에 역신장(-1.6%)을 기록했다. 고성장 시대가 사실상 끝난 셈이다.

백화점들 스스로도 기존 시스템으로는 업계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위기의식도 강하다. 백화점이 변화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백화점 밖으로 나가는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을 벗어나 새로운 개념의 판매 채널 구축에 나섰다. 홍대, 신촌, 가로수길 등 서울 주요 상권에 660㎡(약 200평) 규모 '전문점'을 오는 3월 개점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패션, 잡화, 화장품 등을 취급하는 전문점을 열어 젊은 고객들을 백화점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라며 "일종의 젊은 고객들을 위한 미니 백화점"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백화점들이 콧대만 세우고 고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앞서 백화점들은 지난해 '출장세일'을 최초로 시도했다. 입점 업체 재고가 쌓이자 자존심을 버리고 백화점 매장 대신 창고형 매장을 임차해 판매에 나선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4차례 출장세일을 진행한데 이어 현대백화점도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출장세일에 가세했다. 어떻게든 고객 접점을 늘려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백화점 출장세일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급 이미지를 생명처럼 여기는 백화점들이 창고에서 떨이세일에 나선 것 자체가 백화점이 위기에 봉착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47년간 금요일에 대형 행사를 시작했던 신세계백화점은 앞으로 목요일에 행사를 시작하기로 하는 등 '변신'을 시도한다. 백화점 업계에서 일회성으로 행사를 목요일에 시작할 때가 간혹 있었지만 모든 행사 시작일을 목요일로 정례화한 것은 신세계백화점이 처음이다. 주5일제 근무 완전 정착으로 고객들이 주말 시작 시점을 토요일이 아닌 금요일로 인식해 목요일 저녁부터 소비활동을 늘린다고 본 것이다.이는 매출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처럼 백화점 성장 가도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백화점 업계 최고 훈장으로 꼽히는 '1조 클럽(연간 매출이 1조원을 넘는 단일 점포)' 멤버도 4년째 소식이 없는 상태다. 현재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점포는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3곳이다. 2011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이후 지난 4년간 추가 멤버가 단 한 곳도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등이 1조 클럽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대표주자인 무역센터점은 2014년 매출이 9000억원을 넘긴 이후 차세대 1조 클럽 후보로 손꼽혔지만 지난해 매출이 9100억원에 그쳤다. 부산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 신세계 센텀시티점도 지난해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시장이 계속 커지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아 백화점 매출이 정체 상태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에도 새로운 1조 클럽 멤버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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