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교실 해법은 없나?

경태영 기자 2016. 2. 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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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억교실’, ‘존치교실’, ‘416교실’로도 불리는 세월호 ‘추모교실’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10칸을 말한다.

‘추모교실’은 세월호를 잊지않고 희생 학생들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 2년여동안 사고 전 모습 그대로 보존돼 왔다. 달라진게 있다면 학생들은 세상을 떠났고, 그들이 앉아 공무하던 의자와 책상에는 안타까움을 전하는 편지와 추모 꽃다발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기획) 단원고 2학년 교실 | 서성일 기자

그러나 당시 생존 학생 학년들이 지난 1월 12일 졸업을 하고, 올 신입생 300명이 다음달 입학을 하게 되면서 추모교실은 논란의 중심이 됐다. 416가족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교실 존치를 요구하고 있고,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로 구성된 ‘단원고 교육가족’은 교실을 학생들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 결국 집단행동 나서

16일 오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단원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리지 못했다. 재학생 학부모들로 구성된 ‘단원고 교육가족’들이 물리력으로 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추모교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가 주축이 된 ‘단원고 교육가족’은 15일 경기도교육청이 19일까지 확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교직원과 추모교실 방문객을 포함한 모든 교내 출입을 저지하고 교육활동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교육청 점거 농성, 직무유기 혐의 교육감 고발 등을 통해 교육행정당국을 상대로 물리적,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추모교실’ 존치 對 ‘학교는 추모의 공간이 될 수 없다’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은 “학교는 추모의 공간이 될 수 없다”며 “희생 학생들의 존치 교실을 재학생들엑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교는 희생된 학생들만 다녔던 곳이 아니라 다른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는 곳이라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참사의 아픔과 교훈도 기억하고 추모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학생들이 학업 중단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며 “교실 부족도 문제지만 존치교실 앞에서 아이들이 심리적 불안감, 우울감, 억압감, 죄책감, 표현의 제한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태”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를 방문한 진도 조도면 한 주민이 꽃을 들고 2학년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 서성일 기자

반면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단원고가 416교육체제의 중심에 서서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지 않고 교실부터 빼내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며 교실 존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나 실종자 파악 등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의 흔적 먼저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여전히 세월호 참사 때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2014년 4월 16일 이전의 학교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세월호 지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무실이 있는 3층 공실 공간과 지하 1층을 활용해 재배치하면 3층에서만 적어도 7개 교실을 더 학보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416가족협의회는 이러한 입장으로 지난달 12일 치러진 단원고 졸업식에도 불참했다.

지난 1월10일 오후 4시16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기억교실에서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겨울방학식을 했다. 3반 담임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딸을 대신해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오는 12일 학교가 준비한 희생 학생들의 명예졸업식에 불참하기로한 4.16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졸업식은 기억지우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겨울방학식은 명예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 희생 학생 자리에 앉기, 출석 부르기, 방학식 메시지 전달 등으로 진행했다. | 김창길 기자

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4명)과 선생님(2명)이 있는데 우리 아이들(희생자)만 먼저 졸업을 시킬 수는 없다”며 “이들이 모두 돌아온 후 졸업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마땅하다”며 졸업식 참석을 거부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흔적을 지워버리기 위해 강행하는 명예졸업식에는 참석할 수 없다”며 “졸업식을 1월 초에 하는 이유는 졸업식 후 교실을 정리하고 리모델링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가족들은 교실과 관련한 어떠한 타협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 단원고 2학년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지난 1월12일 희생 학생 가족들과 시민들이 초지동 합동분향소에서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이후 단원고까지 행진한 뒤 교실을 찾아 책상 위에 헌화했다. /강윤중 기자

■단원교 교실 상황

단원고는 다음달 304명의 신입생을 맞는다. 이들은 학급당 25명씩 12개 학급에 배치된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이들이 들어갈 교실이 없다. 단원고의 총 교실 수는 40개다. 올해 3월 기준으로 1학년과 2학년이 각각 12개 학급이고, 3학년이 14개 학급이어서 총 38개 교실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추모교실’로 10개 교실이 존치돼 있어 8개 교실이 부족한 실정이다. 추모교실을 활용하지 않으면 교실을 추가 확보해야 하나, 교실 증축은 시간상, 에산상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실정이다. 3월 개학 때까지 교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장실과 교무실을 컨테이너같은 임시 건물로 옮기든가 학급당 인원을 늘리는 등의 비상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해법은 없나?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추모교실’ 집기와 유품을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로 옮겼다가 학교 바로 앞 부지에 ‘416민주시민교육원’(가칭)을 지어 이전·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10개 교실 중 실종학생 4명이 사용하던 3개반 교실은 현 상태로 두고, 나머지 7개 교실의 집기와 유품을 416민주시민교육원 완공 때(2019년)까지 안산교육지원청에 임시로 옮기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유족측의 거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7일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교실은 추모공간이 아니며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단원고를 교육적으로 거듭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전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모공간은 별도 방안(416민주시민교육원)이 추진되고 있으니 교실은 재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책임은 학교와 교장에게 있고 주변에서 이를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육감은 전날 재학생 학부모들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저지에 대해서는 “학교교육을 비정상적으로 끌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단원고 신입생 입학식을 앞두고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유가족측과 재학생 학부모들간의 이해와 양보, 원만한 해결책 모색을 기대해 본다.

<안산 단원고 ‘추모교실’ 일지>



2014. 4. 16일 세월호 참사 사고 발생

2014. 4. 16일~ 세월호 희생학생 사용 2학년 10개 교실 추모교실로 존치

2015. 10.20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단원고 교실을 중심으로 추모와 새로운 교육대안 마련하라’ 촉구 기자회견

2015. 11.18일 경기도교육청, 4·16가족협의회에 단원고 앞 ‘4·16민주시민교육원’ 건립해 추모교실 이전 제안

2015. 1. 5일 4·16가족협회의, 희생학생 명예졸업식 거부 선언

2016. 1.12일 단원고 졸업식

2016. 2. 2일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회 등 단원고 교육가족, 경기도의회에서 ‘단원고 교실, 재학생들에게 돌려달라’ 호소문 발표

2016. 2. 8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단원고는 아이들을 볼모로 삼지 말라’ 성명 발표

2016. 2. 16일 단원고 교육가정, 단원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저지

<경태영 기자 kye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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