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뒤 입양, 다시 파양..'셜록'의 기구한 사연

천선휴 기자 2016. 2. 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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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보호자 건강 문제로 1년 만에 파양돼 새로운 가족 기다려
케어 답십리 입양 센터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셜록이.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산책하러 가자." 밖으로 나가잔 말을 들은 '셜록'이 격하게 꼬리를 흔든다. 유기견 수십 마리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답답함을 느낀 걸까. 아니면 사람과 교감을 하는 일이 즐거운 것일까. 산책하잔 말에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걸 보니 마음이 짠해진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케어(공동대표 박소연·전채은)의 답십리 입양센터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는 셜록을 만났다. 세상사엔 관심이 없는 것처럼 표정은 무뚝뚝하지만 사람을 잘 따르는 데다 성격이 무난해 활동가들과 봉사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예쁘장한 외모와 금빛 털도 관심을 받는 데 한 몫을 한다.

하지만 세 살배기 셜록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두 개나 있다. 셜록은 2014년 1월 초 입양센터에 왔다. 이른 아침 케어 활동가들이 사무실 문 앞에 놓인 상자에서 셜록을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갓 태어난 셜록을 포함해 강아지 다섯 마리가 들어 있었다. 한파가 몰아치던 때라 강아지들은 상자 안에서 뒤엉켜 파르르 떨고 있었다.

셜록의 곁에는 쪽지 한 장이 있었다. '부견은 발바리, 모견은 슈나우저'라는 글과 함께 2013년 11월 14일 태어났다는 간단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셜록이가 버려진 당시의 모습. (사진 케어 제공) © News1

셜록과 형제들은 입양센터의 다른 개들보다 빨리 새 가족을 찾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외모가 예뻐 새 보호자가 금세 나타났다. 그렇게 셜록은 2014년 1월 21일 가족을 맞았다.

셜록을 데려간 보호자는 40대 독신 여성이었다. 셜록은 이 여성을 잘 따랐다. 보호자와 셜록 앞엔 행복한 날이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행복도 잠시, 보호자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반신 마비가 와 오른 몸을 쓸 수 없게 된 것.

셜록의 보호자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셜록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다. 한 번 버려진 셜록을 차마 또다시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집을 비우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게 현실이었다. 결국 보호자는 셜록을 포기했다. 그렇게 셜록은 지난해 12월 다시 입양센터로 돌아왔다.

자기를 그렇게 아끼던 보호자를 보지 못한 스트레스가 컸던 걸까. 센터에 재입소한 셜록은 극심한 우울증세를 보였다. 활동가들이 관심을 쏟아도 한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셜록의 형제인 '타이슨'을 입양한 사람이 셜록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가족 반대로 입양하진 못했다. 셜록은 지금도 케어 답십리 입양센터에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케어 관계자는 "재입소 뒤 셜록이 많이 우울해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며 "예쁜 외모에 성격도 아주 좋은 아이가 큰 상처를 두 번이나 겪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랑하는 보호자와 이별하는 건 개들에겐 큰 충격"이라며 "하루빨리 좋은 가족을 만나 셜록의 상처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케어 답십리 입양 센터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셜록이. (사진 케어 제공) © News1

ssun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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